• 안수정등(岸樹井藤)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8-02-22 / 조회 : 1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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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안수정등(岸樹井藤)

중간제목/ 우주 삼라만상의 모든 근원은 곧 마음

올 한 해 자기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무술년 음력 새해가 밝았습니다.

설날! 아무리 들어도 또 설레고 추억에 젖게 하는 말이다.

많은 식구가 한데 모여 즐겁게 보낼 수 있는 하루! 단 하루인데도 우리를 기다려지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세뱃돈, 맛있는 음식, 아니면 모든 가족이 다 모여서 한데 어우러지는 일들, 정월 초하루부터 정월 대보름까지 우리나라의 세시 풍습 중에 가장 큰 절기인 것 같다.

부처님께서도 모두 함께 운집하는 것을 수행의 도를 삼으셨을 정도이니, 모인다는 게 정말 중요하지 않나 싶다. 그래서 대중(大衆)이라 칭하였다.

무술년 한해는 자기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어떻게 해야 자기 자신의 경계를 돌아 볼 수 있을지를 잘 표현한 불교경전 본생담 비유경에 나오는 안수정등(岸樹井藤)이야기이다.

한 나그네가 막막한 사막을 여행하고 있는데 뒤에서 코끼리가 미친 듯이 나그네를 향해서 무섭게 달려오고 있었다.

어디 숨을 곳이란 전혀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 나그네는 쫓기는 것에 지쳐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는 자포적인 생각도 했으나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욕망에 때로 주저앉기도 하고 때로 달리기도 하다가 오아시스에 이르러 깊은 우물 하나를 발견했다. 그 우물가에는 굵은 등나무 넝쿨이 깊은 샘물 속으로 늘어져 있었고 나그네는 그 등나무 넝쿨을 타고 우물 속으로 내려가는데 그 우물 바닥에 커다란 구렁이가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을 보고서 기겁을 하고 다시 올라 오려 하는데, 머리 위에서 등나무 넝쿨을 흰 쥐와 검은 쥐 두 마리가 교대로 갉아먹고 있었고 돌로 쌓아올린 우물 벽에는 독사 4마리가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이때 등나무 넝쿨 줄기에 매달린 벌집으로부터 똑똑똑 5방울의 꿀물이 입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 달콤한 쾌감! 그 쾌감에 빠져있는 동안은 무서운 공포심도 사라지고 다시 꿀물을 받아먹을 때 말할 수 없는 희열에 쌓여 두려웠던 공포가 사라져 버렸다.

이 화두는 중생의 삶을 비유한 이야기이다. 가없이 너른 들녘은 태어나서 죽어가는 생사의 광야이니 그곳으로 사방에서 불어오는 불길은 생로병사의 불이요, 우물은 황천이며, 미친 코끼리는 무상한 살귀(殺鬼), 나무는 사람의 몸이며, 칡넝쿨은 사람의 목숨이며, 흰쥐와 검은 쥐는 낮과 밤이며 우물 속으로 늘어진 등나무 넝쿨은 우리의 목숨 줄이며 커다란 구렁이는 우리가 사악하게 지은 업장이며 다섯 방울의 꿀물은 물질욕, 색욕, 명예욕, 식욕, 수면욕, 즉 오욕이며 독기어린 혀를 널름거리는 4마리의 독사는 우리가 죽어 분해될 4가지 원소인 지, , , ,(地水火風)4 대 육신이다.

안수정등(岸樹井藤)이란?

바로 우리 인간이 미친 코끼리에게 쫓겨서 이를 피해 도망을 가는 것이며 언제 끊어질지 모를 우물가 등나무 넝쿨에 매달려 있는 것이다.

우주 삼라만상의 모든 근원은 곧 마음이다.

크게 쓰면 온 우주를 감싸고도 남지만 좁게 쓰기 시작하면 바늘구멍보다 못한 것이다. 같은 마음으로 지옥과 극락을 동시에 느끼고 있는 안수정등 이야기는 불설 비유경에 비유담으로 나온다.

우리의 인간사를 너무도 절묘하게 표현해 놓은 이야기를 귀 동냥을 통해 무수히 들어온 비유담(比喩談)이겠으나 심금(心琴)을 올려줄 법문(法門)이다. 무술년 새해 나라와 가정과 개인에게 큰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부처님 전에 기원 드립니다.

 

나무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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