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을 파괴하는 것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4-08-26 / 조회 : 10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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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제목)

세상을 파괴하는 것

 

(중간제목)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미생물로 죽음 공포

남위해 자신 내놓는 고결한 희생이 세상지켜

 

(본문)

세상을 파괴하는 것은 때로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미생물이다. 14세기 유럽의 인구를 절반으로 줄여버린 흑사병, 잉카제국의 멸망을 초래한 천연두 등이 대표적이다. 인간의 역사 중 한 줄기는 질병과의 전쟁이다. 병원체를 찾아내 치료법을 개발함으로써 많은 질병들을 정복했지만 괴질과의 전쟁은 끝이 없다. 요즘은 에볼라가 그것을 이어받았다.

아프리카 서부해안에서 확산되고 있는 에볼라 출혈열로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6개월 전 아프리카 기니에서 처음 발병한 후 바이러스는 인근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으로 번지며 계속 기세를 떨치고 있다. 예방백신이나 치료법이 없어서 병에 걸렸다 하면 십중팔구 죽음이니 발병지역 주민들의 공포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볼라가 세계적 관심을 끈 것은 극히 최근이다. 아프리카 오지에서 주민들이 죽어갈 때는 지역뉴스로 국한되던 것이 갑자기 세계뉴스가 된 계기는 서구 의료구호단원들의 감염이다. 환자들을 돌보다 병에 걸린 의사, 간호사, 구호요원이 본국으로 이송되면서 각 나라가 긴장하기 시작했다.

감염성 질병 앞에서 우선 나타나는 반응은 두려움이다. 생명체가 죽음에 대해 갖는 자연스런 공포심이다. 여기에 무지가 더 해지면 상황은 악화한다. 이번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도 무지가 한몫을 했다. 현지 보도내용을 보면 현지 주민들은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 먼 타국에서 온 의료진에게 감사는커녕 그들은 믿으려 들지도 않았다. 그래서 발병 즉시 격리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들이 집에 숨어 있으니 가족, 이웃들에게 계속 전염되면서 병의 확산을 초래했다.

무지는 아프리카 현지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기전염이 아니라 환자의 혈액이나 침 등 체액으로 전염되기 때문에 전파력이 낮다고 하는데도 라이베리아에서 구호활동 중 병에 걸린 미국인 구호요원을 본국으로 이송하자 일부 미국인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절대 반대하며 그 사람으로 인해 미국에 에볼라가 창궐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심지어 아시아 쪽에서는 아프리카인에 대한 무조건적 과민반응으로 아프리카인들과의 접촉 자체를 꺼릴 정도이다.

에볼라 창궐로 가슴 아픈 일 중의 하나는 의료진의 희생이다. 한 의사가 지난달 말 사망한 것을 비롯해 의료진의 숭고한 희생이 줄을 잇고 있다. 죽을 위험을 알면서도 환자들을 돌본 결과이다. 같은 사람인데 왜 이렇게 다를까. 타인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죽음의 현장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이 있는 가하면 벼락 맞을 확률만큼의 손해도 안보겠다는 이기심 덩어리도 있다. 불교의 관점에서 보면 사람이라고 다 같은 사람이 아니다. 인간 세상에는 축생의 단계를 막 벗어나 사람으로 태어난 자도 있고 천상에서 인간계로 내려온 사람도 있다. 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 육도윤회를 하는 이상 세상은 고통이 끊이지 않는 고해이다. 그래도 남을 위해 자신을 내어놓는 고결한 소수가 있어서 그나마 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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