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희생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4-05-23 / 조회 : 1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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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제목)

아름다운 희생

 

(중간제목)

캄캄한 절망 속에서 스스로를

불태워 빛이 되어 준 사람들

 

(본문)

참담한 날들이다. 침몰한 세월호에서 생명의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배는 완전히 바다 속으로 가라앉고, 선체와 더불어 실종자들의 생존가능성도 가라앉았다. 구조자 숫자에 단 몇 명, 단 한명이라도 더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생사가 갈리는 긴박한 상황에서 사람은 두 부류로 나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 먼저 살고 보겠다는 부류 그리고 나 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먼저 살리려는 부류다. 안타깝고 비통한 이번 여객선 침몰사고 중에도 아름다운 희생들은 있었다. 캄캄한 절망 속에서 스스로를 불태워 빛이 되어 준 사람들이다. 선장, 항해사 모두 달아난 선상에서 승무원은 가장 나중이라며 끝까지 승객들 대피를 돕던 22살의 여 승무원, 입고 있던 구명조끼까지 벗어주며 친구들의 탈출을 도왔던 단원고 2학년 학생. 불안해 우왕좌왕하는 제자들을 달래며 일일이 구명조끼 입혀 갑판으로 올려 보낸 단원고 교사였다.

마음만 먹으면 제일 먼저 탈출할 수 있었던 이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한사람이라도 더 구하려고 버티다가 끝내 목숨을 잃었다. 선장 등 승무원들이 승객 대피에 조금만 노력을 기울였어도 구조자는 훨씬 늘어났을 것이라는 생각에 많은 사람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그러면서 떠올리는 것이 영화 타이타닉의 대피장면이다. 승무원들이 여성과 어린이들을 구명정에 태워 하선시키는 동안 보일러실과 기관실에서 죽는 순간까지 자리를 지키던 기관사들,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이 광경은 실제 상황이었다.

1912년 타이타닉 호 침몰 사건 이전 가장 큰 해상사고는 1852년의 영국함 버큰헤드호 침몰 사건이었다고 한다. 버큰헤드 호가 사병들과 그 가족 등 6백여명을 태우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가던 중 암초에 부딪쳤다. 배가 침몰하는 데 구명정은 3척뿐이었고 이때 함장이 내린 명령이 여자와 어린이 먼저였다. 부녀자들을 구명정에 태우는 동안 수백명의 병사들은 갑판에서 부동자세를 취하고 서있었다. 병사들은 열병식을 하듯 의연하게 서서 배가 완전히 침몰할 때까지 기다렸다. 마침내 여자와 아이들은 모두 살고 남자들은 25%만이 목숨을 건졌다.

이 사건으로 선장과 병사들의 영웅적 자제력과 용기가 널리 알려지면서 버큰헤드 훈련이라는 불문율이 생겼다고 한다. 항해 중 재난이 닥치면 남자들은 꼼짝 않고 갑판에 남고 여자와 어린이를 먼저 대피시키는 전통이다. 위대한 자기희생의 전통이다.

세월호 참사는 책임자들이 제때 대응했다면 피해가 훨씬 줄었을 사건이다. 재난대응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람들을 살린 것은 개개인의 희생이었다. 이들은 자신을 내어놓음으로써 승객, 친구, 제자들을 살렸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고통 받는 중생들에게 지혜와 자비의 등불을 밝혀주시기 위해 이 땅에 오신 부처님과 희생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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