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몰입’과 행복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4-03-10 / 조회 : 9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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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1 무공저

 

큰제목/ ‘몰입과 행복

중간제목/ ‘이 순간, 이 동작에만 집중

무념무상 내가 나임을 잊어버린 상태

 

소치 올림픽으로 우리의 눈이 환해진 느낌이다. 눈밭과 얼음 위를 질주하고 날아오르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 모두 눈의 호사를 누렸다.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하기로는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의 화려하고 우아한 연기가 단연 으뜸이지만 아름다움에 있어서는 스키점프가 탁월하다. 스키를 V자로 벌리고 몸을 납작 접은 자세로 시원하게 활강하는 모습은 거대한 한 마리 새가 날아오르는 듯 경이롭다.

경기에 임한 선수들은 그 모습 자체로 아름답다. 한 치의 방심도 파고 들어갈 틈 없이 100% 집중된 모습이 빛을 발하는 에너지 덩어리 같다. 온몸의 세포와 감각이 알알이 깨어나 혼연일체가 되는 특별한 상태, 몰입의 경지이다. 의도적으로 뭔가를 하지 않으면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자신을 맡기는 하나의 흐름이다.

이 순간, 이 동작에만 집중할 뿐 무념무상인 상태이다.

혜능스님은 <육조단경>에서 무념에 대해 정의하기를 생각하되 생각하지 않는 것 (念而不念)’ 라고 했다. 끊임없이 보리심을 내되 그 생각에 집착하거나 휘둘리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다. 이는 곧 보되 본 바가 없고 듣되 들은 바가 없는 것이며 또한 본 바가 없되 다 보고, 들은 바가 없되 다 듣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되면 가히 도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달마스님이 들려주는 수행의 첫걸음인 회광반조(回光返照) 일념반조(一念返照)의 수행법이다.

이런 몰입을 통해 존재의 충만함과 내적 평안, 행복감이 찾아든다.

몰입은 종종 신비로운 초월적 경험을 동반한다. 화가가 그림을 그리거나, 작곡가가 곡을 만드는 등 좋아하는 일에 심취하다보면 몇 시간이 몇 분처럼 지나가버리는 일은 흔하다. 시간에 대한 감각도 자의식도 모두 사라진 무아지경이다. 그런가 하면 운동선수들은 시간이 슬로모션으로 흘러가는 정반대의 경험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몇 초가 아주 긴 시간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흐름보다 좀 더 깊은 몰입의 상태로 종교적 의식을 통한 영적 체험, 극한의 상황에서 경험하는 초월적 힘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몰입의 순간 잠재력과 창의력은 최고도로 발휘되고 자아가 확장되는 황홀감을 느낀다고 경험자들은 말한다.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이어야 깊은 몰입에 도달할 수 있다.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일, 남이 시켜서 억지로 하는 일로는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차원이다.

0.01초를 다투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 발동작 하나에 점수가 오르내리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 인간 새처럼 비상하는 스키점프 선수들을 보면서 존재의 상태가 어떠해야 하는 지를 본다. 그 순간 그들은 완벽하게 살아있었다.

삶이 허전한 것은 몰입의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같은 일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생활은 살아 있으되 살아 있는 삶이 아니다. 감각들이 반쯤 잠들어 있는 반 수면상태의 삶이다. 몰입의 경험, 즉 어떤 일에 집중하여 내가 나임을 잊어버릴 수 있는 무아지경, 그것이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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