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 없는 길' 작가의 ‘마지막 길’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3-10-16 / 조회 : 5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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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1 무공저

 

(큰제목)

길 없는 길' 작가의 마지막 길

 

(중간제목)

불교적 가톨릭신자의 보편적 시각

경허스님 화두로 구도의 삶천착

 

 

(본문)

소설 <길 없는 길>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불교와 만나게 해주었던 작가 최인호 선생이 불과 68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고인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면서 불교에 대해서도 깊은 애정을 가진 작가였다. 그의 수상록 나는 아직도 스님이 되고 싶다에서는 이와 같이 밝혔다.

내 정신의 아버지가 가톨릭이라면, 내 영혼의 어머니는 불교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불교적 가톨릭 신자라고 나 자신을 부르고 싶다.”

<길 없는 길>은 한국 선불교의 중흥조 경허스님의 일대기를 소설의 형식을 통해 소개했다. 바로 이곳 청계사로 출가한 경허스님의 도력과 특이한 기행 등 행적을 쫒는 형식으로 된 소설이다.

최 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위해 이곳 청계사와 수덕사에서 그해 한여름을 머물며 경허스님의 행적을 쫒으면서 불교공부를 했다. 그 당시 무이(無二)’ 라는 법명도 받았었다. <길 없는 길>을 쓰게 된 사연을 <책머리에 >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경허에 관해들은 적도 없고 상식도 없던 나는 무심히 경허의 법어집을 읽다가 단 한 줄에서 심혼의 불이 당겨지는 느낌을 받았다. 경허의 선시 중의 한 구절, '일없음이 오히려 나의 할 일'이라는 구절에서 나는 한 방망이 두들겨 맞은 느낌이었다. 그로부터 나는 경허라는 두레박을 통해서 불교의 우물 속으로 점점 더 깊이 빠져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이듬해인 1989년 여름, 중앙일보에서 연재소설을 써주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고 문득 지난 1년 동안 내가 읽고 느꼈던 불교에 관한 놀라운 충격을 신문의 연재를 통해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매일 매일 한줌의 맑은 바람이나 한잔의 맑은 정화수처럼 전해 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최 작가는 경허스님이라고 하는 화두를 잡고 고승의 구도의 삶에 천착하면서 불교에 대한 교리나 선의 역사에 대해 전문적으로 담아냈다. 사실적인 접근과 유려한 문장으로 완결시킨 이 소설은 소설적인 재미 또한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편향된 기독교인이 아니라 보편적인 종교인으로서의 자세를 함께 견지했다.

길 없는 길은 한국불교 근대사의 위대한 경허스님과 만공스님을 축으로 26백년동안 꺼지지 않고 이어오는 한국 불교의 전통을 다시금 소설적으로 복원시키는 역할을 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길 없는 길>의 작가가 가는 마지막 길에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서산대사의 임종게를 들려주고 싶다.

生也一片浮雲起(생야일편부운기)

삶이란 한 조각 뜬 구름 일어남이요

死也一片浮雲滅(사야일편부운멸)

죽음이란 그 조각구름 스러짐이라네.

浮雲自體本無實(부운자체본무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生死去來亦如是(생사거래역여시)

살고 죽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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