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면의 세계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3-09-16 / 조회 : 5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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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 향한 의식’· 외부 소음 차단

마음 집중, 내 안의 소리 들을 때

요즘같이 누구나 밥 먹듯 사진 찍는 세상에 어떤 사진은 그냥 사진이고 어떤 사진은 작품일까. 똑같은 얼굴을 찍어도 눈에 보이는 모습 이상의 뭔가가 담겨 있을 때 작품이 된다. 얼굴 사진 작품으로 유명한 조세현 작가는 그 작업을 마음을 훔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사람만의 고유한 그 무엇을 잡아내는 것, 그 내면의 세계를 사진 속에 담아내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찍는 것이다.

내면은 내면에 가서 닿는다.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얼굴 속에서,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을 가슴으로 보며 감동을 느낀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껴지는 것이라던 눈멀고 귀먹고 말하지 못했던 헬렌 켈러의 말은 사실이다.

보는 것뿐 아니라 듣는 것도 내면에서 나올 때 힘이 있다. 작곡가들은 보통 작곡을 할 때 피아노 건반을 두드려 음을 들어보곤 한다고 한다. 하지만, 독일의 음악가 슈만은 곡이 완성될 때까지 절대로 건반을 두드려 소리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내면의 귀로 소리를 듣는 것이다. “내면의 소리라야 남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벌써 절기로는 가을이다. 돌아보면 특별히 한 일도, 이룬 일도 없는데 허겁지겁 쫓다 어느새 가을의 문턱을 넘어섰다. 인터넷을 매체로한 정보통신 시대가 되면서 삶은 정말 번잡해졌다. 전화기 하나만 들고 있어도 볼거리, 들을 거리가 끊임없이 밀려든다. 친구의 사돈의 팔촌의 소식까지 다 듣는 세상에 정작 우리가 듣지 못하는 것이 있다. 각자 내면의 소리이다. 홀로 조용히 앉아 마음을 집중하며 마음 깊은 곳의 소리를 듣는 것이다. 내면의 세계와 소통하는 경험은 차단을 조건으로 한다. 외부로 향한 의식을 차단하고 외부로부터 들려오는 소음을 차단해야 내적 경험이 가능해진다.

육체적 장애가 그 존재를 내면의 세계로 이끌기도 한다. ‘소리 너머의 소리를 들은 베토벤이 대표적이다.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날리던 그는 20대 중반부터 청력을 상실해 연주를 할 수 없게 되자 작곡에 몰두했다. 들리지 않는 귀, 그래서 마음으로밖에는 들을 수 없는 내면의 소리에 몰입함으로써 그는 악성이 되었다.

빛 너머의 빛을 본 인물로는 17세기 영국의 사상가였던 밀턴을 꼽는다. 밀턴은 30대 중반부터 시력이 나빠지다가 40대에 완전히 실명했다. 어려서부터 눈이 약했는데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눈을 혹사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심한 좌절에 빠졌던 그는 그러나 끝내 무너지지 않고 실낙원등 대표적인 저서들을 실명 상태에서 펴냈다.

자연이 영글어 가는 계절이다. 쑥쑥 키가 크던 곡식들은 이제 성장을 멈추고 열매를 익게 한다. 훅 불면 날아갈 듯 가벼운 관심거리들로 번잡하던 우리의 의식도 가을에는 영글어야 하겠다. 고요히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화두잡고 참선정진 까지는 못하더라도 마음을 한곳에 모으는 시간을 가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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