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쉼표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3-07-22 / 조회 : 6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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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풍요 생각하며 현재의 여유 포기 ‘포순’

‘여름휴가’... 비우고 덜어내는 시간으로 보내야

한 유명 가수가 노래를 마치자마자 죽었다. 사인은 무엇이었을까. ‘질식사’였다고 한다. 작곡가가 악보에 ‘쉼표’를 넣는 것을 깜박 잊었다. 그래서 그 노래를 한숨에 부르다가 숨이 막혀 죽었다는 것이다. 그저 우수개소리이지만, 많은 의미를 시사한다.

현대를 스트레스의 시대라고 한다. 누구나 여유롭게 사는 인생을 소망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여유를 외적인 조건에서 찾는다.

경제적인 풍요로움과 시간을 바로 그 여유로운 인생의 조건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일단 시간이 넉넉해야 한다. 그리고 넉넉한 시간을 즐기기 위해서는 필히 경제적인 조건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그 ‘여유로운 인생’을 얻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린다. 미래의 여유로움을 바라보며 현재의 여유를 포기한 채 앞만 보고 달려가는 이중적 구조 속에 허덕이는 것이 현대인의 삶이다. 여기에는 남녀가 따로 없고 청장년이 따로 없어 보인다.

모든 것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변화하는 속에서 그 속도에 갇혀 뒤돌아볼 겨를이 없다. 뒤 따르는 것은 피로감이고 스트레스다. 뭔가 더 윤택해지길 기대하지만, 정작 누리지 못하는 것 은 바로 ‘쉼’이다. 육신의 쉼도 쉼이지만 정신적 여유로움이 없기 십상이다. 쉼표 없는 악보는 좋은 음악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쉼표 없는 인생 또한 참 인생일 수 없다. 그래서 악보에는 쉼표가 있다. 삶의 쉼표 역시 더 건강한 삶을 영위하게 만드는 활력소가 된다.

그런데 ‘쉼’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나. 그게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 산으로 바다로 명소를 찾아 나서고, 관광지를 방문한다. 쉼을 추구하면서도 뭔가를 더 채우려고 애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런 것들이 반드시 쉼은 아닐 것이다. 현대인들에게 보다 더 필요한 쉼은 덜어내고 돌아보는 것이다. 들이마시는 쉼 보다는 내쉬는 쉼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나를 되돌아 관찰하고 인생과 우주의 이치가 주는 미묘한 변화, 그 행복감을 놓치지 않는 것도 쉼인 것이다. ‘나’의 존재를 가능하게 한 모든 인연들을 살펴보면, 하늘과 땅 ‘내’가 둘이 아님을 알 수 있게 된다. 이 자연과 내가 둘이 아님을 알 수 있을 때, 내 몸과 마음도 둘이 아님을 알 수 있고, 뿐만 아니라 전체와 하나 된 나를 체험할 수도 있다. 비유하자면, 바닷물이 증기가 되고 구름, 비, 눈, 이슬, 안개 등으로 수많은 변화를 일으킨다. 이 때, 구름이 나는 ‘구름’이라고 집착하지 않고 물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으면 ‘구름’이 생겼다고 ‘내’가 생긴 것이 아니요, ‘구름’이 사라졌다고, ‘내’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구름이라는 체험을 통해 자기 존재에 대한 확신을 할 수 있다. 비록 처한 현실이 힘겹더라도 여유를 잃지 않고 마음의 평안을 누리는 것이 진정한 쉼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다려온 여름휴가철이다. ‘나만의 진정한 쉼’을 찾는 각별한 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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