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색 없는 인터넷시대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3-05-16 / 조회 : 5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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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정보 경박한 언어 난무
마음 쉬고 고요해지면 지혜 생겨

 

인터넷 시대가 몰고 온 고질적 문제 중 하나는 악성 댓글이다. 얼굴 드러내지 않고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는 장치를 악용해 온갖 비뚤어진 감정들이 온라인 공간에 분출된다. 하수구가 따로 없다. 대개는 심각한 악의의 표출이라기보다 단순한 감정적 배설행위이지만 당사자가 받는 상처가 너무 커서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 심지어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못해 자살한 사례들까지 있다.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말을 할까?” 싶은 경우가 많은 데, 그래서 생각해보면 우리는 지금 ‘생각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과거 한때는 ‘텔레비전 끄기 운동’이 가끔 전개되었다. 텔레비전이 우리의 여가시간을 너무 많이 차지하는 데 대한 경계였다. 어른이든 아이든 집에 돌아오면 텔레비전부터 켜는 것이 버릇이니 시간도 시간이지만, 텔레비전 앞에서의 수동성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화면에 나오는 것을 그저 바라만 보는 데 길이 들다보면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이른바 텔레비전이 바보로 만드는 상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텔레비전을 일주일에 하루라도 끄고 독서를 하거나 사색을 하자는 운동이 펼쳐졌지만 폭넓은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지금은 텔레비전 중독에 비할 바가 아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카카오톡, 게임 … 이 모두를 담은 스마트폰이 24시간 손안에 있으니 한순간도 심심할 틈이 없다. 요즘 식당에서는 음식이 늦게 나와도 손님들이 불평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저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음식은 뒷전이기 때문이다.인터넷의 넘쳐나는 정보와 자극의 홍수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있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자기 자신과 만나는 시간이다.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는 것, 조용히 깊이 생각하는 것이다.마이크로 소프트 회사를 창업한 빌 게이츠의 휴가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시골 호숫가 별장에 가서 일주일간 홀로 지내는 ‘생각 주간’이다. 은퇴하고 자선사업에만 몰두하는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으로 일할 당시 그는 매년 두 차례 ‘생각’을 위한 은둔 생활을 했다고 한다. 전 세계 마이크로 소프트 직원들이 작성한 산더미 같은 보고서를 들고 가서 읽고 분석하고 사업 방향을 정하는 일종의 의식이었다. 그런 깊은 생각의 시간이 마이크로 소프트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다. 마구 쌓인 정보에 계통을 세워주는 것이 생각 혹은 사색이다. 존재의 계통을 세워주는 것 역시 사색이다. 사색·명상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바로 서도록 영혼의 중심을 잡아준다. 홀로 있는 시간은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한다. 인터넷 시대는 검색만 있고 사색이 없는 시대이다. 정보는 단편적이고 언어는 경박해가고 감정은 얄팍하다. 내용보다 속도가 강조되면서 생각이라는 여과장치는 종종 실종된다. 한마디로 우리의 삶이 인터넷·기계에 너무 치중되어 있다. 혼자서 오직 고요한 마음으로 앉아있는 시간을 가져야 하겠다. 그래서 사고의 흐름으로부터 마음을 쉬게 하는 것이다. 마음이 더없이 고요해지면 지혜가 찾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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