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 고수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3-04-18 / 조회 : 5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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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를 덜어내고 ‘존재’에 집중

자기 가치관에 따른 인생의 주인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갖고 싶은 게 인간의 욕심이라는 사실은 최근 삼성가의 유산 싸움으로도 확인이 되었다. 세계 권위의 경제잡지 포브스 선정 세계 69위의 부자, 자산 수 십조원의 부호가 재산 때문에 형제간에 재판까지 하는 상황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냥 뚝 떼어주지’ 싶은 건 가진 것 없는 서민들의 감상이 아닐까 싶다. 유산은 고사하고 재판 인지대로 들어갔다는 127억 원이 얼마나 큰돈인지도 보통사람들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황금이 소나기처럼 쏟아질 지라도 사람의 욕망을 다 채울 수는 없다”는 <법구경>의 가르침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하나를 가진 사람은 열을 갖고 싶어서, 열을 가진 사람은 백을 갖고 싶어 집착하느라 이미 가진 것도 즐기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일깨우는 가르침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역사 속에서 또 지금 현재 우리 주변에서 보는 대부분의 모습이다.

‘소유’에 맞춰진 인생의 나침반을 ‘존재’로 돌릴 수는 없을까. 소유욕에서 벗어나 존재 자체를 즐길 수는 없을까. 최근 미국에 사는 한 불자로부터 마음을 끄는 싱그러운 뉴스를 들었다. 들꽃 같은 사람의 이야기는 이렇다.

미국 북동부 캔사스 시티의 한 노숙자는 동냥 통에서 낯선 물건을 발견했다. 동전들 사이에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알이 큰 것으로 봐서 진짜라면 꽤 돈이 될 물건이었다. 주인이 얼마나 애타게 찾을까 생각한 그는 반지를 잘 보관해두기로 했다.

그날부터 이틀 동안 다이아몬드 약혼반지를 잃어버린 사람은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때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손가락에 발진이 생겨 반지를 뽑아 지갑에 넣었다는 사실, 그리고 지갑 속 동전을 어느 노숙자의 동냥 통에 털어 넣었다는 사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는 노숙자를 찾아갔다.

“내가 굉장히 소중한 걸 준 것 같은 데요” 하자 “반지 말인가요? 내가 가지고 있지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탐욕과 불신으로 가득한 세상, 하지만 세상에는 이 모두에서 비켜선 선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노숙자를 돕기 위한 모금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놀랍게도 불과 보름 만에 1억8천여만 원이 모아졌다. 노숙자의 정직성을 통한 선행은 또 다른 선행을 불러낸 것이다. 말하자면 ‘선행 바이러스’가 기세를 부리는 것이다.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 소유가 필요했다. 먹어야 하고 가져야 했다. 그런데 존재를 위해 필요하던 소유물이 지금은 거꾸로 존재를 속박하고 있다. 돈 있는 자는 돈에, 권력 있는 자는

권력에 끌려 다니느라 온전히 자기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한다.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삶의 모습은 달라진다. 수행자들의 삶이 청빈이 특징인 것은 소유를 덜어내는 만큼 존재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부러워하는 ‘1등’은 아니지만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묵묵히 살아가는 자기 삶의 온전한 주인들, 그들은 인생의 나침반을 ‘존재’에 맞췄다는 점에서 삶의 고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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