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관의 돛 비관의 닻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3-03-12 / 조회 : 5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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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 · 비관주의 근원은 삶의 불확실성

행복은 삶의 ‘조건’ 아닌 ‘태도’에 달려

최근 미국 심리학회가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노인들의 경우 비관론자가 더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내용이다. 긍정의 힘, 믿는 만큼 이루어진다, 적극적 사고방식 … 낙관주의가 인생의 정답이라는 주장에 너무 오래 젖어온 우리에게는 좀 당황스런 결과이다.

이번 연구는 독일의 한 대학에서 4만 명(18~96세)을 대상으로 1993년부터 2003년까지 10년 간 진행된 방대한 프로젝트이다. 연구진은 실험 대상자들을 직접 만나 현재의 삶이 얼마나 만족스러운 지, 5년 후의 삶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는 지를 알아보았다. 그리고는 5년 후 2차면담에서 이들이 앞서 했던 예상과 현실을 비교했다.

그 결과 노년층(65~96세)의 경우 앞날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노인들은 장애나 사망 위험이 오히려 높고, 비관적인 노인들이 더 건강하고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앞날에 대해 비관적이면 그만큼 건강을 관리하고 안전대책을 마련하며 조심성 있게 살아가기 때문”일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다. 반면, 5년 후에 대해 젊은 층은 대단히 낙관적 전망을 한 반면 중년층은 거의 정확한 예상을 했고 나이가 듦에 따라 비관적 전망이 높아졌다.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가 심신을 건강하게 하면서 장수를 이끈다는 이전의 연구결과들과는 거리가 있는 내용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적극적 사고 혹은 낙관주의가 대세를 이뤄왔고, 적극적 사고는 한마디로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믿음이다.

낙관주의와 비관주의는 어떻게 다른가. 똑같은 상황에서 밝은 면을 보느냐 어두운 면을 보느냐의 차이인데, 이런 차이를 만드는 것은 우선 타고난 성향이다. 매사를 밝게 보는 낙천적인 사람이 있고 항상 뭔가 잘 안될 것을 생각하는 비관적인 사람이 있다. 아울러 나이가 요인이 된다. 앞의 독일 대학 연구에서 인생을 살아보면 바라는 대로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이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낙관주의와 비관주의의 근원은 삶의 불확실성이다. 삶이 수학문제처럼 공식대로 풀려나가면 좋을 텐데 인생은 예측 불허이다. 낙관주의자는 ‘하면 된다’는 긍정의 힘에 집중해 발전과 성취를 추구하고, 비관주의자는 ‘잘못 되면’이라는 부정적 사고에 근거해 문제를 바로 잡으며 안전을 추구한다. 낙관주의자는 ‘비행기’를 만들고 비관주의자는 ‘낙하산’을 만드는 것이다. 이 사회에 둘 다 필요하다.

인생의 목표는 행복이다. 행복을 좌우하는 것은 삶의 조건이 아니라 그에 대한 태도이다. 어떤 상황이든 따뜻하게 바라보는 긍정의 시각이 있으면 대개는 견딜 만하다. 아울러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부정의 시각이 균형을 이루면 행복은 보장된다. 인생의 항해는 가도 가도 쉬워지지가 않는다. 낙관의 돛을 높이 올리고 비관의 닻을 갖춘 채 묵묵히 항해를 계속할 뿐이다. 다만 명심할 것은 <화엄경>의 중심사상인 ‘일체유심조(一體唯心造)’의 가르침이다. 일체의 제법은 그것을 인식하는 마음의 나타남이고, 존재의 본체는 오직 마음이 지어내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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