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말’에 대한 생각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1-07-04 / 조회 : 5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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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생의 마지막 날’로 여기는 지혜

“죽음은 다음 생의 탄생” 생명관 확신

최근 프랑스 남부에 있는 한 작은 마을이 전 세계에서 밀려드는 종말론 신자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화제의 장소는 인구 200명 안팎이 살고 있는 해발 1200m에 위치한 부가라치라는 곳이다. 신자들 사이에서 이곳이 UFO 비밀기지로 알려져 있어서 고대 마야의 달력에 근거해 2012년 12월 21일 지구 종말이 와도 UFO가 자신들을 구조해 줄 것이라는 것이 이들 종말론 신자들의 믿음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혀 관심을 갖지 않지만 ‘종말’은 수시로 왔다 가곤 한다. 지난 100년 동안 100번 정도의 ‘종말’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가 가장 잘 기억하는 ‘종말’은 1992년 10월 28일의 휴거. 다가올 미래를 준비한다던 다미 선교회 이장림 목사가 주장한 최후의 날이었다. 그날 세상에는 아무 일이 없었고 이 목사는 사기죄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종말론’이 나올 때마다 추종자들이 적지 않았다. ‘종말’에 한 점 의혹이 없던 그들은 집을 팔고, 직장을 사직하고, 종말의 날 이전에 전 재산을 다 쓰도록 재정계획을 세웠다. ‘종말’이라는 성분이 의식 속에 과도하게 주입된 케이스들이다. 약과 독은 본질적으로 하나다. 같은 성분이라도 투여하는 양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종말’도 그 인식의 정도에 따라 우리 삶에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종말’ 인식이 항상 독은 아니다. 적당량의 인식은 삶에 의미를 더 해주는 약의 효과가 있다. 신경을 마비시키는 맹독성분, 보툴리누스균이 소량을 쓰면 얼굴의 주름을 펴주는 보톡스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대체로 사람들은 죽음 앞에서 후회가 많다. 생의 마지막 고비에서 하는 후회의 내용은 특별한 게 아니다. ‘내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인식이 있었다면 충분히 하고도 남았을 평범한 일들이다. ‘종말’ 인식은 인생에서 ‘후회’의 뼈아픈 굴곡을 덜어준다. 죽음의 고비를 여러 번 넘긴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는 죽음에 관한 통찰력이 깊다. 그는 17살 때부터 죽음을 의식했다고 한다. 불교와도 인연이 깊은 그는 ‘매일 매일을 인생의 마지막 날로 여기며 살라’는 경구에 감명을 받은 덕분이었다. “내가 조만간 죽을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은 인생에서 중대한 선택을 할 때마다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고 그는 한 졸업연설에서 말했다. 오늘이 생애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무엇을 할까. 가장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일까, 가장 하고 싶은 그 일은 무엇일까를 생각하면 삶의 우선순위는 정해진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산다면 이 세상 떠나는 날, 후회가 덜할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윤회하는 진리가 있음을 믿는 불자들에게는 죽음은 다음 생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이 된다. 이 생명은 전생에서 이 몸을 받아 태어나 살았으니, 이세상과 인연이 다하면 죽어 또 다음 세상의 생명을 받아 태어나는 자연의 이치가 있다. 죽음을 두렵게 생각하지 말고, 오히려 다음 생으로 가는 한 과정인 사실을 알아차리면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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