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2위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1-06-07 / 조회 : 5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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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면 무공저
성공과 소유에 매이지 않고 털어내는
‘정신의 비범함’이 자유로운 삶 만들어

 길을 가는데 5만 원짜리 지폐가 땅에 떨어져있다면 우리 보통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십중팔구는 집어들 것이다. 5만원, 그것도 주인 없는 돈을 그냥 지나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만약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이 사무실로 가던 도중 그 돈을 보았다면 어떻게 할까? ‘그냥 가야 한다’가 정답이다. “그렇게 돈 많은 사람이 무슨?”하는 욕심의 문제나 “그건 남의 돈인데…”라는 양심의 문제가 아니다. 걸음을 멈추고 몸을 구부려 돈을 집어 드는 4초 정도의 시간이 문제다. 게이츠의 자산이 무서운 속도로 불어나던 10년쯤 전 어느 칼럼니스트가 내놓은 계산법이다. 마이크로 소프트가 창업된 1975년부터 25년 동안 게이츠가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하루 14시간씩 일했다고 가정하면 그가 벌어들인 돈은 시간당 10억 원. 1초에 30만원 꼴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5만원 줍자고 4초를 허비하면 115만원을 손해 보게 된다는 계산이다.  ‘부의 세계’ 정상에서 요지부동이던 게이츠가 이제 산을 내려온다. 하산을 시작했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억만장자 순위에서 그는 지난해에 이어 연속 2위를 기록했다. 그를 누르고 최고부자가 된 멕시코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은 지난 한해동안 재산을 205억 달러나 불려 자산이 740억 달러가 되었다. 그런데 게이츠는 정반대로 향하고 있다. 자산을 불리는 대신 계속 덜어내 자선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그가 자선사업에 전념하겠다며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3년 전이었다. 이후 그는 온 정력과 시간, 돈을 ‘빌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쏟고 있다. 이미 부의 1/3 이상이 재단으로 들어갔고, 궁극적으로는 전 재산의 95% 이상을 기부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의 관심은 두 분야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들의 보건위생과 발전, 그리고 미국의 교육 개선이다.  그가 여러 경로로 한 말들을 참고하면 그의 이런 결정은 공평함과 상관이 있다. 현실에서 만인은 평등하지 않으며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는 통찰이다. 예를 들어 그가 미국이 아니라 아프리카 후진국에서 태어났다면, 사립 고등학교에 다니지 못했다면 오늘의 자신이 가능했을까, 불우한 환경 때문에 잠재력을 키울 수 없는 아이들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가 하는 지적들이다. 그러니 많은 것을 얻었을수록 그만큼 많이 나눌 의무가 있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세상에는 노력만으로 도달할 수 없는 경지가 있다. 비범함이 따라야 한다. 천재적 재능과 피나는 노력, 그리고 운(기회)이 비범의 기본조건이 된다. 모든 비범함은 아름다움이다. 게이츠 역시 그들 비범한 인물 중 하나이지만 그에게는 다른 인물들과 구분되는 한 가지가 더 있다. 성공과 소유에 매이지 않고 훌훌 털어내는 영혼의 자유로움, 그 정신의 비범함이다. <화엄경>에는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고 가르치고 있다. 억만장자 순위에서 게이츠는 앞으로 3위, 4위, 10위 … 계속 밀려날 것이다. 밀려나는 만큼 그에게는 아름다운 삶의 훈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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