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은 들어도 너무 예쁘다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3-09-18 / 조회 :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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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제목)

힘은 들어도 너무 예쁘다

 

(중간제목)

생기와 즐거움 주는 존재 손주

삶이 즐거우면 건강 절로 좋아져

 

(본문)

요즘 오랜 인연의 신도를 만나면 손주 얘기가 부쩍 늘었다. 서로 핸드폰 속 사진, 동영상을 보여주며 아이의 동작 하나하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다 예쁘다며 얼굴이 모두 환해진다. 더 많이 얘기하려다 보니 손주 얘기하려면 3만 원을 내는 거라고 농담까지 한다. 싱싱한 생명력으로 몸 전체가 에너지 덩어리같이 통통 튀는 손자· 손녀가 보기만 해도 눈에서 꿀물 떨어지게 예쁘다고 한다.

그런데, 그 아이의 엄마인 딸이 그즈음일 때도 아이가 마냥 그렇게 예쁘기만 했었을까. 그건 아니라고 한다. 존재 자체로 즐거워하기에는 가로막힌 벽이 높았다. 부모의 책임감이다. 아이가 공부 잘하며 바르고 책임감 있게 자라도록 키워야 한다는 부담감에 아이의 존재 자체를 바라볼 여유는 없었다. 직장일, 가사, 육아 늘 동동거리며 살았다. 그러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고, 부모의 책임감에서 벗어나게 되니, 비로소 어린 생명의 싱그러운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온다.

인간에게는 다른 동물에게서 볼 수 없는 특이한 존재가 있다. 바로 할머니이다. 구석기 시대부터 인간사회에는 할머니가 있어왔다. 할머니란 생식기능이 끝난 존재. 동물들은 대부분 생식능력을 잃고 나면 곧 죽는다. 그런데 유독 인간사회에는 왜 자손을 생산할 수 없는 존재가 유구한 시간을 통과하며 꿋꿋하게 건재하고 있을까. 인류학자 크리스틴 호크스는 할머니 가설을 내놓았다. 할머니는 더이상 자손의 수를 늘릴 수는 없지만 이미 태어난 아이들을 잃지 않도록 안전하게 돌봄으로써 종의 번식에 기여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조부모와 손주 관계가 근래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조부모가 손주들과 자주 같이 어울리며 뛰어노는 것이 어떤 유익한 효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은퇴 후 오래 건강하게 지내는 노년 인구가 늘어나고, 기나긴 노년에 외로움은 만병의 근원이라는 점, 부부 맞벌이로 바쁜 핵가족 아이들에게 조부모의 푸근함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 등이 두루 관심을 끈 결과이다. 노년의 건강과 손주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인 나라가 벨기에이다. 벨기에는 유럽에서 조부모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조부모 중 손주를 돌봐주는 사례는 절반 이상(53%)으로 보통 일주일에 평균 13시간씩 손주를 돌본다. 관련 연구 결과는 손주와 어울리며 몸을 움직이는 놀이를 하는 할아버지·할머니는 그런 기회가 없는 노년층보다 오래 신체적으로 활기차고 건강하다는 것이다.

손주를 돌보는 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들 다 키우고 한숨 돌리나 했더니 이제는 손주라거나, 노후를 자유롭게 즐기고 싶었는데 덜컥 손주에게 발목이 잡혔다는 하소연도 한다. 하지만 하나같이 덧붙이는 말은 힘은 들어도 (손주들이) 너무 예쁘다라는 것. 저물어가는 생의 말년에 그런 생생한 즐거움을 어디에서 찾겠는가. 삶이 즐거우면 건강은 좋아질 수밖에 없다. 허허벌판 같은 노년의 삶에 생기와 즐거움을 주는 존재가 손주들이다. 생애 마지막 장에 손주 돌보기를 장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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