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정에 없던 길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1-02-28 / 조회 : 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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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면 무공저


#큰제목

예정에 없던 길


#중간제목

 “한 모퉁이를 돌아서면 훤히 보이는 길이

  모퉁이 직전까지 감도 잡을 수 없어…”


#본문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다”며 희망에 부풀었던 젊은이들이 경제 한파라는 냉혹한 현실을 호되게 경험하고 있다. 이미 지난 2월 졸업했거나 오는 8월 가을 졸업을 앞둔 대학 졸업생들 중 일자리가 정해진 경우는 불과 20%를 웃돌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올해는 취업 시장이 좀 나을 것으로 전망 되었지만 실제로는 지난해와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구직 원서를 수십 군데에 보내도 답이 없다”고 졸업생들은 한숨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글로벌 경제는 불경기도 글로벌, 실직도 글로벌로 만든다.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우리와 비슷하게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다.

 발을 내딛고 싶은 사회로부터 “너는 필요 없다”는 메시지를 계속 받는다면 이제 막 오른 새 순과도 같은 젊은이들은 잎도 꽃도 채 피우기도 전에 무척 고민하게 된다. 정해진 직장은 없고, 어느 길로 가야할 지도 모르겠고…, 불투명한 미래 앞에서 ‘절박함’ ‘불안함’ ‘표류하는 느낌’으로 깊은 좌절감에 빠질 수가 있다. 졸업하고도 취직이 안돼서 여전히 용돈을 달라고 손 벌리는 자녀에게 부모 등 가족들이 좀 따뜻하게 대해줘야 하는 이유이다. 

 직업(職業)은 단어가 갖는 의미 그대로 개개인의 업(業)과도 무관치 않다. 시간상으로 보면 직업은 인생의 많은 부분을 쏟아야하는 그래서 이미 지은 전생의 과보와 함께 내생의 응보를 결정할 금생의 인과를 짓게 되는 시간을 의미한다. 따라서 직업은 우리 삶에서 그 어떤 일 보다도 쉽게 단정 지어서는 안 되는 인생의 부분이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졸업해서 취직으로 바로 연결되는 고속도로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그 연결점을 찾지 못해 갓길을 헤매고 허허벌판을 맴도는 경험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그 예정에 없던, 그래서 막막했던 길들이 신비롭게도 새 길로 이어지면서 자신의 길을 찾게 되는 경우는 많이 있다. 인생에서 항상 햇볕이 쨍쨍할 수는 없다. 햇볕만 내리 쪼인다면 그건 사막이 아닌가.

 내가 아는 한 불교계 기자는 대학 졸업 후 언론인이 되고 싶어 사회적 통념대로 방송국 일간지 등 곳곳에 응모했지만, 뜻대로 취직이 되지 않았고, 좌절감에 빠졌던 이듬해 때마침 공채했던 불교계 언론사에 응시해 채용됐다. 일반 언론사보다 급여나 복지후생 면에서 열악해 고민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오랜 경력을 쌓은 지금 그는 불교 언론인의 길이 결과적으로 무한의 복이었다고 말한다. 직업에서 얻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스스로 찾았고, 그 안에서 성취감과 즐거움을 맛보았다는 것이다. 

 세월이 지나고 보면 이렇게 확실한 길도 처음부터 확실했던 것은 아니었다. 한 모퉁이를 돌아서면 훤히 보이는 길이 모퉁이 직전까지 감도 잡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땅위의 길도 그렇고 인생의 길도 그렇다. 참선수행의 근본처럼 어떤 상황이라도 처해있는 그 순간이 소중한 삶임을 인식하고 최선을 다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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