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년해로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1-02-28 / 조회 : 5438
  • 첨부파일 :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1면 무공저


백년해로


어떤 부부도 나름의 아픔 겪고 상처 지녀

희생 전재된 ‘필요성’ 유지가 결혼 지탱



 알 고어 미국 전 부통령 부부의 별거 소식이 국제적으로 화제 거리이다. 고등학교 교정에서 만나 결혼해 45년을 같이 지낸 사이다. 10대에 만나 60대로 접어드는 동안 부부는 고어의 정치적 역정에 따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함께 했고, 사적으로는 1남 3녀를 잘 키워 독립시켰다. 워싱턴 정가에서 고어 부부는 대표적 잉꼬부부였다. 특히 부통령이던 90년대에는 섹스스캔들로 바람 잘 날 없던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와 좋은 대조를 이루었다. 마치 결혼이라는 전통을 마지막까지 사수할 부부로 기대되었다.
그런 ‘모범 부부'가 ‘많은 생각과 의논 끝에' 각자 따로 살기로 합의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첫 반응은 ‘놀라움'이었다. 그리고는 그 부부를 잘 알던 사람들로부터 이야기가 새어 나왔다. 외부 이미지처럼 그렇게 알콩달콩 하기만 한 사이는 아니었다는 암시가 담긴 내용들이다. 우선 지적되는 것은 부부의 정반대 성향이다. 알 고어는 상원의원이었던 아버지가 대통령 감으로 기른 엘리트 중의 엘리트였다. 정치적 야심을 안고 일에만 몰두하는 진지한 타입이었다. 반면 부유한 사업가의 딸이었던 고어의 부인은 인생을 즐겁고 재미있게 살고 싶은 외향적 타입이었다. 정치가의 아내로서 내조에 최선을 다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그녀 자신이 원하던 삶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녀가 한때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고, 사진에 깊이 빠져 사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가 된다. 2000년 대선에서 부시에게 패한 후 방황하던 고어에게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되살려보라고 조언한 것은 그의 아내였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환경'은 고어를 다시 살려냈다.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로 오스카상을 탔고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했다. 하지만 고어가 환경 메신저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부부는 점점 떨어져 지내고 둘 사이가 점점 멀어져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많은 신도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어떤 결혼도 상처 없는 결혼은 없어 보인다. 부부가 평생을 살다보면 배우자의 잘못, 예상치 못했던 상황, 다른 가족과의 관계 등으로 아픔을 겪게 된다. 하지만, 아픔을 겪는다고 해서 모두 이혼을 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클린턴 부부 케이스다. 자존심 높기가 하늘같은 힐러리가 남편의 습관적 외도라는 수모를 칼을 삼키듯 삼켰다. 클린턴 부부에게는 고어 부부에게 없는 강력한 접착제가 있기 때문이다. 부부가 공유한 정치적 야망이다.
  경전 <육방예경>에서 부부가 서로에게 주어진 의무를 다하라는 가르침을 이 시대 현실에서 적용하면 결혼을 지탱하는 것은 결국 희생이 전재된 ‘필요성'이다. 가장 강력한 것은 사랑. 그 존재 자체에 대한 필요다. 그가 없으면 도저히 살수 없을 것 같으니 결혼을 하고 결혼을 유지한다. 이어 자녀양육의 필요, 경제적 필요, 정서적 안정의 필요, 그러다 건강이 나빠지면 간호의 필요 등으로 부부는 한평생 한몸으로 산다. 배우자와 백년해로하고 싶다면 그에게 어떻게든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이 비결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