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처님오신 달에 할 일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1-02-28 / 조회 : 5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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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면 무공저


(큰제목)

부처님오신 달에 할 일


(중간제목)

인생의 가치우선순위 세워 바른 선택

내가 주인 되어 살때 참다운 삶 가능


(본문)

물건을 너무 쉽게 버리고 새로 사들이는 소비풍조가 문제인 이 시대에 그 반대인 사람들이 있다. 도무지 버리지를 못하는 사람들이다. 자주 사용하지도 않는 옷이며 신발, 가재도구 등 한번 집안에 들어온 물건은 밖으로 내쳐지는 법이 없다. 처음 하나둘 모아들일 때는 사람이 주체이고 물건이 객체이지만, 물건의 양이 늘어나면 주객이 전도된다. 온갖 잡동사니들이 점령군처럼 집안을 차지한다.

 사람의 생각에 이상이 생기면 이런 비극이 가능하다. 종이 한 장이라도 버리면 자기 인생 전체가 내다 버려지는 듯 불안한 이런 증상을 의학적으로는 ‘저장강박장애’라고 부른다고 한다. 뇌의 한 부분이 기능을 하지 않아서 생기는 정신질환이라는 것이다.

 하잘것없는 물건에 자리를 내어주고 주인인 ‘나’는 쫓겨나는 이런 아이러니는 그저 강박장애자들만의 문제만은 아니다. 부차적인 가치에 마음이 홀려서 진짜 중요한 가치를 잃고 마는 어리석음이 이른바 질병의 단계에서 정상에 속하는 보통의 사람들에게도 흔히 나타나고, 적어도 잠재되어 있음을 자기 스스로 발견하게 된다. 

 저장강박장애의 문제는 선택 능력 상실이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덜 중요한지를 판단하는 우선순위 개념이 없어서 무엇이든 끌어안고 산다. 하지만 그렇게 모든 것을 부여잡고 살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인생은 매 순간의 선택을 요구해서 무엇이 되었든 취해야만 하고, 결정하는 그 순간 이외 나머지는 놓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따라서 삶에서 생기는 문제는 대부분 잘못된 선택의 결과이다. 가치의 우선순위에 혼선이 일어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일이나 돈, 명예, 학벌 등… 모두 중요하지만 사실상 부차적인 요소들이다. 인생에서 진정 의미 있는 가치는 바로 내가 주인이 되어서 사는 데 있다. ‘천상 천하 유아 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의 위치인 내가 주인이 되어야하고 그렇게 되는 데 일 이나 돈, 명예 등은 수단에 머물러야 한다. 이해득실과 시시비비 등을 따지게 되고 마침내 삿된 마음이 내 주인자리를 차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잃어버리지 말고 상황에 끄달리지 않고, 주체적인 인간으로 살면 무엇을 하든 그 하는 일과 있는 자리가 모두 진실한 진리의 삶이된다. 그 어떤 일도 주체적 역할을 할 때 그 일은 곧 온전한 내 일이며 내 삶이다.

중국 임제종을 창종한 임제스님은 저서 <임제록>에서 “수처작주 (隨處作主)하면 입처개진(立處皆眞)이다”고 강조했다.

 “그대들이 어디를 가나 주인이 된다면 서있는 곳마다 그대로가 모두 참된 것이 된다. 어떤 경계가 다가온다 해도 끄달리지 않을 것이다. 설령 묵은 습기와 무간 지옥에 들어갈 다섯가지 죄업이 있다 하더라도 저절로 해탈의 큰 바다로 변할 것이다.”

 부처님오신날이 든 5월 한달만이라도 진지하게 가치의 우선순위를 점검하는 시간으로 삼았으면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엉뚱한 것에 주인자리를 내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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