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내리는 ‘남아선호’ -1면 무공저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1-02-28 / 조회 : 5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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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면 무공저

(큰제목)

막내리는 ‘남아선호’ 그 다음은

(중간제목)

상대에게 기대하기 전에 부모는 부모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제 의무와 도리 다해야


 2.500년 전 쯤 중국에서 구슬은 귀한 물건이었을 것이다. 그 시대의 시들을 모은 책인 시경 소아편에서 ‘농장지경(弄璋之慶)'이라는 말이 유래했다. 직역하면 구슬을 가지고 노는 경사, 아들을 얻은 기쁨을 의미한다. 당시 중국인들은 아들이 태어나면 침상에 누이고 예쁜 옷을 입히고 손에는 구슬을 쥐어주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물론 떠들썩한 잔치가 이어졌다. 반면 딸이 태어나면 포대기에 둘러 맨바닥에 누이고 손에 실패를 쥐어주었다고 한다. 실패를 가지고 노는 기쁨, ‘농와지희(弄瓦之喜)'이다. 딸을 낳은 기쁨으로 풀이된다. 농경문화권의 집안에는 여자들이 길쌈할 때 쓰는 실패가 흔했을 것이고, 딸이 태어나면 실패 하나 쥐어주고 ‘나쁠 것도 좋을 것도 없다'며 덤덤하게 넘어갔다고 한다. 수 천 년이 지나도록 도무지 변하지 않은 것 중의 하나가 남아선호 사상이었다. 아들과 딸의 출생을 맞는 풍경이 춘추시대 중국이나 불과 몇 십 년 전 우리 사회나 그다지 다르지 않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깊고도 깊었던 남아선호 사상이 마침내 막을 내리고 있다. 최근 육아정책연구소는 한국사회에서 아들보다 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발표를 했다. 연구소가 지난 2008년 태어난 신생아 2,078명의 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이다. 이 조사에서 태중의 아기가 딸이기를 바란 아버지 혹은 어머니는 각각 37%, 아들이기를 바란 경우는 각각 29% 31%였다. 나머지는 딸이건 아들이건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딸들의 인기가 높아진 걸까? 노 보살님들에게서 듣는 얘기가 - “아들은 결혼하고 나면 그만이거든.” ‘출가외인’은 이제 딸이 아니라 아들이라는 사실을 노인들이 피부로 느낀 결과이다. 결혼해 자기 가정을 갖고도 세세하게 부모 마음 헤아리고 챙기는 것은 딸이라는 심리다. 기본적으로 자녀를 보는 시각이 바뀌었다. 자녀는 두 가지 가치를 갖는다. 대를 잇고 노후의 자신을 돌볼 존재로서의 도구적 가치, 그리고 기쁨과 사랑의 대상이 되고 가족의 화목을 더해주는 정서적 가치이다. 전통적 가부장 사회에서 자녀는 도구적 가치의 비중이 컸던 반면 지금 부모들은 정서적 가치에 의미를 둔다. 도구적 가치의 개념은 별로 없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그러나 결국 그 지향점은 부처님이 설하신 ‘육방예경’속에 나타나 있다. 사람은 누구나 ‘관계’속에서 살아간다는 존재방식 때문이다. ‘나’는 누군가의 아버지 혹은 어머니이고 또는 아들 혹은 딸이다. 궁극적으로 이런 관계를 원만하게 하는 기본덕목으로 ‘육방예경’은 내 할 도리와 의무부터 챙기라고 일깨우고 있다. 남 탓하기 전에 상대에게 기대하기 전에 우선 ‘나’부터 상대를 존중하고 아끼고 사랑해야하는 것이다. 즉 아들이냐 딸이냐의 우열을 가리기보다도 자신에 대한 공경, 제 위치에 대한 자부심부터 우뚝 서야한다. 부모는 부모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제 할 바 의무와 도리를 다해야 시시때때로 돌아가는 인연 따라 예배의 참뜻을 실현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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