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나 오래 살면 여한이 없을까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4-10-24 / 조회 : 10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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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1 무공저

 

(큰제목)

얼마나 오래 살면 여한이 없을까

 

(중간제목)

끝을 끝으로 알 때 죽음 앞에서 의연

인연에 순응하는 삶에는 이 있어

 

(본문)

독특한 저음의 가수,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불교신자로 한때 출가까지 했던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인 레너드 코헨이 80세가 되었다. 놀라움으로 가득 찬 삶을 살고 경력이 화려한 그가 나이 60세가 되어 캘리포니아의 마운트벌디 선원으로 들어가 검은색 가사를 입고 눈치우고 정원을 돌보며 공양간일을 하는 이외에는 좌선을 하며 4년의 세월을 지냈다. 그리고 다시 사회로 나와 이제 80세가 된 그는 여전히 현직 가수이다.

그가 ‘80년의 생을 기념하면서 젊어서는 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할 수 있는 게 많이 있다고 했다. 그중 하나가 그에게는 흡연이다. 음색과 음악이 담배연기와 잘 어울리는 그는 골초였다고 한다. 줄 담배를 피우던 그가 무슨 연유에서인지 50세에 담배를 끊었다. 그리고는 “80살이 되면 담배를 다시 피우겠다.”는 말을 수시로 해왔다고 한다. 드디어 그날이 오고 그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나이 80, 이만하면 살만큼 살았다. 언제 죽어도 여한은 없다. 그러니 건강 걱정은 그만 접자.” 아마도 그는 이런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코헨의 흡연 선언은 이 시대의 두 가지 진리에 도전한다. ‘흡연은 나쁘다오래 살수록 좋다이다. 이것은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고 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울러 점점 늘어나는 기대수명은 장수를 우리의 당연한 소망으로 자리 잡게 했다. 너나 할 것 80이 넘어도 암 걱정에 정기검진을 빼놓지 않는 것이 자연스런 일이 되었다.

코헨의 담배는 이런 흐름에 등을 돌리는 행위이다. 그의 주장은 80, 90대까지 장수하는 게 반드시 좋은 건 아니다. 삶의 질을 대가로 치러야 한다. 75세 넘으면 육체적 정신적 기능에 문제가 온다. 그보다 더 오래 살면 가족들에게도 사회적으로도 부담이 된다. 생명연장을 위한 어떤 치료도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늙음과 죽음을 맞겠다는 것이다.

찬반을 떠나 코헨이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 끝에 대한 인식이다. 그래서 젊어서는 건강지침 잘 따르는 것이 중요하지만 어느 나이 이상이면 미래의 건강보다 지금 당장의 즐거움을 챙기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코헨이 담배를 다시 집어든 이유이다. 건강걱정 때문에 하고 싶은 것 한번 못해보고 죽는다면 그 또한 가엾은 일이다.

끝을 끝으로 받아들이면 죽음 앞에서 의연할 수가 있다.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76세에 복부 대동맥류로 사망했다. 의료진이 수술을 권했지만 그는 거부했다. “인공적으로 생을 연장하는 것은 격이 없다. 내 할 일 다 했고, 이제는 갈 때이다. 우아하게 가련다.”가 그의 뜻이었다고 전한다.

얼마나 오래 살면 여한이 없을까? 사람마다 건강상태가 다르고 생각이 다르니 바라는 수명도 다를 것이다. 하지만 어느 나이가 되면, 그것이 75세든 80세든, 생명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자세는 필요하다. 고통과 불행의 시작은 애착에서 비롯된다. 인연에 순응하는 삶은 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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