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2-03-07 / 조회 : 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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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124-1 신년사

(큰제목))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중간제목))

“악업 절대 하지 말고 선업 원만히 행하며 마음 잘 다스려야”

((본문))

지난 90년대 남아공에서는 난폭한 코끼리들 때문에 골치를 앓았습니다. 전국 공원의 코끼리들이 마구 날뛰며 코뿔소 등 다른 동물들을 죽였기 때문입니다. 현장을 살핀 동물학자들은 10여 년 전 실시했던 코끼리 이주 작전이 과오였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작전은 특정지역에 몰려있는 코끼리들을 전국의 공원에 골고루 배치하기 위한 의도로 추진되었습니다. 당시 그 과정에서 늙은 코끼리들은 모두 빼고 어린 코끼리들만 추렸는데 그들이 10대가 되면서 문제가 터진 것입니다. 코끼리는 나이 많은 수컷을 우두머리로 위계질서 속에 무리지어 사는 사회적 동물입니다. 그런데 모두 고아가 된 어린 코끼리들이 본받을 어른 없이 저희끼리 자라다 보니 난폭한 천둥벌거숭이가 된 것이었습니다.

도덕심도 훈련필요

이미 고대 철학자이며 교육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아이들도 마찬가지라고 보았습니다. 아이들은 그 자체로 야만인이어서 분명한 지침을 주며 훈육해야 바른 시민이 된다는 것이 그의 입장입니다. 도덕심도 체력처럼 훈련에 따라 길러지기 때문에 아이들의 윤리교육은 필수라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지난 연말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 이후 학교 내 폭력 예방 논의로 사회가 시끌시끌합니다.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강화, 상담교사 배치 등 모두가 필요한 조치들입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아이들이 어른의 감독 없이 방치되어 자라는 오늘날 우리 사회 현실입니다. 핵가족 맞벌이 부부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집에 어른 있는 가정이 드뭅니다. ‘나 홀로’ 아이들이 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 빈 시간, 빈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아무도 모릅니다. 대구의 중학생도 방과 후 혼자 집에 있는 동안 아이들이 와서 괴롭힌 것이었습니다.

아이들 설 곳 사라져

그래서 학생 자살이나 학교폭력문제가 단지 학교와 교사만의 책임일 수는 없습니다. 사회 전체가 자라나는 미래세대를 건강하게 키워내야 한다는 공동목표를 갖고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병들어가는 청소년들과 학교폭력문제에 대해 우리사회가 지속적인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학교폭력이나 자살 문제가 터지면 그때서야 소위 '대책'이란 걸 이곳저곳서 제시하지만 잠깐 반짝할 뿐입니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문제 해결을 위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채 임시방편적인 대안들이 난무하다가 마침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관심에서 멀어지곤 해왔습니다. 그러는 사이 우리 아이들은 더 깊은 고통과 절망 속으로 빠져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병든 사회의 거울

아이들의 고통을 함께 하고 재발을 막으려는 진정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우리는 먼저 이 사회, 학교, 가정 속에 뿌리깊이 내재된 병폐를 돌아보고 치유해야 합니다. 인성교육은 허울 좋은 껍데기일 뿐 우리의 의식은 여전히 학벌 만능주의에 머물러있습니다. 인생의 행복은 성적순이고, 무한 경쟁 속으로 아이들을 몰아가며 끊임없이 등급을 매기는 것이 또한 현실입니다. 이런 세속에서 아이들이 설 곳은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병들어가는 아이들은 그 아이들의 문제이기 이전에 병든 사회의 거울이고 결과일 뿐입니다. 이 불편한 진실을 어떻게 마주할지에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행복이 달려있습니다.

‘칠불통게’ 새길 때

<사분율비구계본>에는 불교의 도덕교육이 설해져있습니다. 이른바 칠불통게(七佛通偈)의 내용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을 포함해서 비바시불(毘婆尸佛)·시기불(尸棄佛)·비사부불(毘舍浮佛)·구류손불(拘留孫佛)·구나함불(拘那含佛)·가섭불(迦葉佛)의 지난 세상에 출현했던 일곱 부처님이 설하신 공통된 가르침을 뜻합니다. 가장 간단하게 압축된 진리로 다음과 같습니다.

“일체 악을 짓지 말고 마땅히 모든 선을 받들어 행하라. 스스로 그 의지와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것, 이것이 곧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다.(一切惡莫作 當奉行諸善 自淨其志意 是則諸佛敎).”

이 명쾌한 가르침을 새해에는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기성세대 모두에게 일깨워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단 며칠일수도 있고 단 몇 시간일수도 있습니다. 세속을 떠나서 자신의 마음을 정화하고 산란하게 하는 모든 행동을 피하게 하는 체험입니다. 이와 함께 마음씀씀이와 행동으로 축적된 업의 힘에 대해서도 설명되어져야합니다. 악으로 지어지는 악업 즉 불선업이 얼마나 큰 과보를 가져다주는가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수행으로 열반을 성취할 수 있지만, 불선업을 지어서 돌아오는 업의 과보는 부처님께서도 어찌하지 못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입니다.

윤리. 입시교육에 뒷전

어른들 일터로 밀려나

도덕 윤리교육은 입시교육에 밀려나고 훈육을 맡을 어른들은 일터로 밀려났습니다. 그 틈새를 타고 남을 괴롭히는 못된 아이들도, 괴롭힘에 죽어가는 가엾은 아이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고단하게 일을 하고 있고, 아이들을 등 떠밀어 공부시키는 것일까요. 아이들의 행복이 목적이라면 근본적으로 뭔가 바뀌어야 합니다.

2012년 임진년 흑룡의 새해에는 가정도, 국가도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최우선 가치로 삼기를 간절하게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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