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굴없는 선행의 계절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2-01-09 / 조회 : 5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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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제목)

얼굴없는 선행의 계절

(중간제목)

인심의 근본은 욕망서 벗어나려는 ‘마음’

마음의 곳간 문 열리고 ‘내어주는 기쁨’

(본문)

올해도 다 저물어간다. 이맘 때가되면, 얼굴 없는 기부자가 나타나고 이름 없는 선행 이야기가 우리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주며 눈먼 욕망을 돌아보게 한다. 춥지만 따뜻한 복된 시기이다.

얼마 전 구세군 자선냄비에 1억1천만 원짜리 수표가 기부돼 큰 화제가 되었다. 그 기부자는 구세군 봉사자에게 정중하게 인사한 뒤 “좋은 곳에 써 달라”는 말만 남겼다고 한다.

초기 경전 <우파니샤드>는 인간의 욕망이 바로 그의 운명이라고 말한다. 욕망이 의지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의지가 곧 그의 행위이며, 그의 행위가 곧 그가 받게 될 결과물 즉 운명이라는 것이다. 인과응보의 엄연한 이치를 설명하고 있다.

명예, 돈 지위, 학벌, 사랑…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 손에 움켜쥐고 싶은 소유의 욕망이 대부분 우리의 삶을 이끌고 있다. 저마다의 이익에 눈먼 욕망이라는 열차들이 서로 부딪치고 부서지면서 세상은 아수라장이고, 그 속에서 삶은 고통의 연속이다. 부처님은 그런 숨 막히는 열차에서 어서 내리라고 일깨워준다. 아무도 모르게 1억원짜리 수표를 자선냄비에 넣는 것은 바로 부처님 가르침대로 욕망의 열차에서 뛰어내려 들판의 향기로운 한줄기 바람에 자신을 맡기는 그런 신선한 경험이 아닐까.

‘연말 이름 없는 기부자’의 대표적인 사람은 래리 스튜어트라는 미국인 사업가로 알려져 있다. 26년 동안 크리스마스 때면 어김없이 거리에서 100달러(10만원)짜리 지폐를 나누주던 인물이다. 2007년 암으로 사망하기직전에야 이름이 밝혀진 그가 총 13억원에 가까운 돈을 자선한데는 잊지 못할 고마움이 계기였다고 한다. 배고프고 춥고 절망에 차 있는 것이 어떤 건지, 그때 받는 도움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그는 알고 있었다. 그가 무안하지 않도록 배려한 도움을 받은 것을 깨달은 그 순간 그는 “형편만 되면 반드시 남을 돕겠다”고 맹세했고 그것을 실천에 옮겼던 것이다. 또한 선행은 선행을 낳는다. 그가 사망한 후 이름 없는 천사들은 더 많아졌다. 그의 뜻을 따르는 사람들이 협회를 만들어 그가 하던 일을 계승하고 있다.

전주시에서 한 맛깔스런 인생을 주제로 한 연극이 공연되고 있다. 제목은 ‘노송동 앤젤’. 해마다 연말이면 아무도 모르게 노송동 동사무소에 성금을 전달하는 한 얼굴 없는 기부자를 소재로 한 연극이다. 이 선행의 주인공은 2000년부터 11년간 총 2억원에 가깝게 남몰래 기부했다. 2년 전 그가 남긴 편지에는 “어머님의 유지를 받들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여졌으면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 혹은 회한 때문에 ‘기부자“가 되건 같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하지만, ‘인심’의 근본은 마음이다. 내 곳간에 쌓아두고 싶은 유혹을 뛰어넘게 하는 것은 그 보다 더 강한 주고 싶은 마음, 이웃의 굶주림과 헐벗음이 나의 배고픔, 나의 추위로 느껴질 때 곳간 문은 열리고 내어주는 기쁨을 체험하게 된다. 그래서 그 기쁨에 겉옷을 달라 하는데 속옷까지 주고, 5리 대신 10리를 같이 가게 되는 기적이 일어난다. 내어줌, 보살핌의 극한을 보여준 관세음보살을 생각하게 하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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