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식의 ‘전족’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1-09-16 / 조회 : 5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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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뇌구조 다르다’…전통의 악습 일뿐

남녀평등 일깨운 부처님가르침 상기해야


구글이 청소년 대상 국제 과학경연대회를 개최했다. 올해 처음 열린 대회에 전 세계 91개국에서 중고교생 1만 여명이 출전해 경쟁이 치열했다. 저마다 ‘과학영재’인 이 학생들 중 최종 심사를 거쳐 세 명의 우승자가 뽑혔는데, 세 명 모두 여학생인 것이 싱싱한 화제가 되었다. 17-18세, 15-16세, 13-14세로 나뉜 세 그룹에서 모두 미국의 여학생들이 우승을 차지했다.

‘과학’ 하면 당연히 ‘남자 분야’로 여겨지는 통념 혹은 현실 속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는, 자신감 넘치는 소녀들의 모습은 과학계에, 여성계에, 그리고 대회를 주최한 구글에도 기분 좋은 충격이 되었다. 이런 결과에 대해 한 심사위원은 (과학 분야에서) 여성이 남성과 같거나 더 나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일례라고 말했다.

연령별 우승과 함께 대회 최고우승자가 된 17세 소녀 쉬리 역시 과학은 남자들의 분야라는 말을 평생 들어왔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놀랍다며 즐거워했다.

20세기 여권운동 이후, 전통적으로 남성들의 독무대였던 많은 분야에 여성들이 잠식해 들어갔지만 유독 여성의 진출이 더딘 곳이 있다. 바로 이공계, 소위 과학 기술 공학 분야이다. 이와 관련해 으레 “여자아이들은 본래 수학을 싫어해서” “여자는 언어능력이 더 낫고, 남자는 공간이해력이 더 나아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남성과 여성의 뇌 구조가 다르다는 말인데 이런 ‘다름’은 종종 ‘여성의 열등’으로 풀이되곤 했다. 지난 2005년 로렌스 서머스 당시 하버드 대학 총장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한 회의장에서 그는 이공계의 경우 명문대학 종신 교수직 등 최정상에 오른 여성이 드문 이유로 수학·과학에서 남성과 여성의 타고난 재능 차이를 한 요인으로 지적했다. 고도의 경지로 들어가면 능력이 조금만 떨어져도 엄청난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인데, 그 파문이 엄청났다. 하버드 대학 여교수들을 물론 평소 그의 독단적 리더십에 불만이 있던 교수·동문들이 모두 반기를 들었고, 그 여파로 결국 그는 다음해 총장직을 사임했다.

여성에 대한 가혹한 악습으로 중국의 전족(纏足)이 꼽힌다. 여아의 발을 천으로 꽁꽁 묶어 성인이 되어도 발이 10센티 정도 되게 만들던 가혹한 풍습이다. 단순히 묶는 게 아니라 엄지발가락을 제외한 나머지 발가락 모두를 발바닥에 붙도록 구부려 뜨려 사슴 발처럼 작고 뾰족한 모양으로 만들었다. 이런 발을 요염함의 극치로 여기던 남성들의 성적 환상의 산물이었다.

 법적 제도적으로 남녀 불평등이 사라진 지금, 마지막 남은 것은 아마도 우리 의식 속의 장벽일 것이다. 의식의 ‘전족’이다. 여자라서 해야 되고, 해서는 안 되는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날 때가 되었다. 일찍이 부처님께서는 남녀 누구나 동등하게 불성을 지닌 존재라고 가르치셨다. 이는 남녀가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 없다는 진리이다. “여자가 어떻게 …”라는 의식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소녀들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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