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적의 통로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1-02-28 / 조회 : 5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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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면 무공저

#큰제목

기적의 통로


#중간제목

“사랑으로 성심껏 보살피면 치매로

매몰된 의식의 갱도 뚫리고 소통가능“


#본문

 칠레 광부 33명이 전 세계인들의 영웅이 되어 매몰 된지 69일 만에 세상으로 걸어 나왔다. 땅 밑으로 약 700m, 아득한 ‘지하 감옥’을 뒤로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곁으로 돌아왔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그들의 강인한 의지, 첨단 테크놀로지를 동원한 완벽한 구출작전이 기적을 이뤄냈다. 지금은 모두 추억담이 되었지만, 지난 8월 갱도가 붕괴되고 그들의 생존이 확인되기까지 17일 가까이 그들은 지옥의 시간을 살았다고 한다. 이후 그 캄캄한 절망 한가운데로 희망의 빛을 내려 보내준 것은 직경 14cm의 가는 통로였다. 수천 길 암반을 뚫고 내려간 실핏줄 같이 가는 관이 지상과 지하 대피소를 연결하는 기적의 끈이 되어 음식과 약, 생필품을 내려 보내고 건강 체크며 화상 통화까지 하는 소통의 통로가 되었다. 지하의 그들에게 기어이 가서 닿으려는 마음이 통로를 뚫게 하고 결국 그들을 살려냈다.

 칠레 광부의 구출 소식을 접하면서 수천 길 지하만큼이나 아득한 ‘의식’의 저편에 사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세상과 소통의 통로를 잃어버리고 캄캄한 고립 속에 갇혀 사는 사람들- 의식의 갱도가 붕괴된 바로 치매환자들이다. 외관상으로 너무도 멀쩡해서 병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이지만, 그들의 의식은 너무도 멀리 동떨어져 도저히 소통이 되지 않아 가장 무섭다고 하는 병, 환자 자신이 병에 걸린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잔인한 병 치매는 현대의학도 그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고 있는 몹쓸 병이다.

 요즘 치매환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뇌신경이 병드는 노인성 치매뿐만 아니라 핏줄 막힘으로 인한 젊은 치매환자까지 가세하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다. 치매에 대해서 정부차원의 치료 예방적 지원도 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 노인성 치매라 그 환자들은 바로 우리 어머니이고 아버지들이다. 삶의 긴 여정 속에서도 오직 하나, 자식들을 염려하는 그 마음의 끈을 놓지 못하는 우리의 부모님 들이다. 힘들었던 평생의 삶을 떨구어 버리지 못하고 치매라는 또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몸은 눈앞에 있지만 그들의 의식은 어디를 헤매고 있는지, 매몰 광부들 찾기 만큼이나 아득하기만 하다. 하지만, 기어이 가서 닿으려는 마음이 있으면 그들의 의식에도 가서 닿을 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 위해서는 알 수 없는 치매 환자들의 의식세계에 “내가 가서 마침내 닿아야 겠다”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자신이 병에 걸린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기에 그들은 다가 올 줄도 모르고 고집불통에 막무가내이다. 이런 환자를 외면하는 대신 그 왜곡된 내면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모든 것을 환자의 편에서 받아들이는 것이다. 환자가 “그거 네가 가져갔지?”하면 아니라고 반박하는 대신 “그래요, 내가 다시 가져 올께요”하는 식이다. 사랑으로 성심껏 보살피면 치매로 매몰된 의식의 갱도가 뚫리고 소통이 가능해진다. 모든 인연의 완성은 이런 완벽한 소통이 아닐까. 기어이 가서 닿으려 하면 결국은 닿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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