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말귀 수행 이렇게 해 보셔요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6-06-28 / 조회 : 9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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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선원 서울선원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지금 수행계의 화두는 힐링입니다. 불교뿐만 아니라 마음공부를 한다고 간판을 내거는 곳에서는 한결같이 힐링을 강조합니다. 살다보면 마음의 상처을 많이 받습니다. 산다는 일 자체가 상처라고 말해야 할 정도입니다. 유마경에는 이 세상을 분노와 폭력이 가득한 곳(怒害之處)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만큼 우리 인생은 미움과 폭력이 난무합니다. 불교는 방편이 넓어 수행하다보면, 저절로 상처가 치유되는 놀라운 경험을 합니다. 그러나 불교는 여기에 머물지 않습니다. 불교는 단순히 상처를 치유하는 것을 넘어 우리 인생의 실상을 깨닫도록 이끕니다. 즉, 우리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알 때 비로서 이 모든 고통이 끝난다고 부처님은 말씀했습니다. 우리 보림선원도 인생문제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참 성품을 보아야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선원은 그래서 자성을 보는(見性) 공부를 합니다.



견성은 수행인이라면 누구나 품는 꿈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참다운 성품을 본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출가해서 오랫동안 선방에서 수도해야 견성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섣불리 포기하거나 물러서는 것이 재가자가 흔히 처하는 현실입니다. 보림선원을 세우신 백봉선생님은 오십 중반의 늦은 나이에 깨달음을 얻으신 분입니다. 선생님은 스스로 재가에 머물면서 많은 사람들을 제도하셨습니다. 그리고 인생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생사해탈과 깨달음은 스스로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재가자라고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거나 물러서는 일을 용납하지 않으셨습니다. 깨달음은 쉽지도 않지만, 선지식의 설법을 들으며 수행하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누누이 강조하셨습니다.



한편, 백봉선생님은 간화선 수행법이 중국 남송시대에서 생겨나 근세까지 출가자에게 맞도록 발전해 온 것을 보셨습니다. 현재 승가에서 닦는 간화선은 24시간 화두일념을 요구하는 수행법입니다. 이것이 수행의 전부라면 우리 재가자는 참으로 깨달음의 길에 들어서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금강경에서 부처님이 설법하셨듯이, 모든 수행법은 정한 법이 없으며(無有定法), 방편입니다. 그리하여 백봉선생님은 우리 시대의 평범한 재가자도 모두 견성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거사풍과 새말귀를 선언하셨던 것입니다.



거사풍의 이념과 새말귀라는 수행법을 종지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보림선원은 여타 선원이나 마음공부하는 곳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거사풍은 재가자도 수행의 당당한 주체이며, 견성도인이 될 수 있다는 선언입니다. 새말귀는 새로운 화두라는 뜻인데, 백봉선생님이 오래 동안 수행하신 경험을 통해 제창하신 수행법입니다. 새말귀는 재가자가 가정과 직장생활을 하면서 견성할 수 있는 수행법입니다. 즉, 밥을 할 때나 직장에서 일을 할 때 '빛깔도 소리도 냄새도 없는 허공으로서의 내가 이 일을 한다(빨래를 한다. 사무를 본다)'고 말귀를 들며, 행동을 합니다. 이것을 보림선원에서는 '모습을 굴린다'고 말합니다. 백봉선생님은 아침에는 '모습을 잘 굴리자'로 시작하고, 낮에는 잘 굴리는지 확인하고, 자기 전에는 '오늘 잘 굴렸나' 돌아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새말귀는 이처럼 재가자가 바쁜 일상생활을 떠나지 않고 닦을 수 있는 수행법입니다. 새말귀로 수행하다 보면, 두려움이 차츰 줄어들고 마침내 자기의 참 성품을 보게 됩니다. 우리 카페 왼쪽 상단에 보면, 거사풍과 새말귀에 대한 백봉선생님의 자세한 가르침이 올려져 있으니 부디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고있는 무명의 깊은 업식은, 상근기가 아닌 이상, 법문 한 두 마디 듣는다고 없어지지 않습니다. 올바른 지견이 생기더라도 꾸준히 닦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앉거나 누울 때나 화두일념을 강조한 몽산화상도 견성을 하고나서는 보림을 하며 여러 경전을 섭렵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새말귀는 깨달음을 얻는 드높은 수행법이지만, 깨달은 후에도 그대로 닦을 수 있다고 백봉선생님은 말씀했습니다. 그래서 새말귀는 수행자의 무명업식을 가라앉히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편이 되기도 합니다. 백봉선생님이 제창하신 '허공의 주인공으로서 모습을 잘 굴리자'는 새말귀는 재가자로서 견성도인이 되는 길일뿐만 아니라, 생사를 해탈하여 보살행을 실천하신 유마거사가 되는 길이기도 합니다. 이곳 보림선원에서 인생의 큰 꿈에서 깨어나는 인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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