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나미’가 남긴것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1-04-25 / 조회 : 5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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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국강병’ 이념보다 더 큰 ‘생명애’

‘생명 구제’가 지구촌의 자원․ 자본

쓰나미(津波)는 일본말이다. 그 말이 세계의 공식용어가 된 것은 그만큼 일본에는 지진과 쓰나미가 많았던 까닭이다. 지금까지의 기록적인 지진들은 발원지의 지역민들이 겪는 지진이요 연해안 주민만이 당하는 쓰나미였지만 해안선을 통째로 옮겨 놓았다는 이번 지진은 일본 열도 전체를 흔들었다. 나아가 일본만의 일이 아니다. 이번 지진은 지구의 축도 2.5㎝나 기울게 했다고 한다. 인간 문명 전체의 한계와 그 임계점을 드러낸 것이다. 인간의 문명시스템을 바꾸지 않고서는 이 지구상에서 생존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산처럼 무너지는 검은 파도가 덮칠 때 일본인들은 정쟁을 멈췄다. 도쿄전력이 전후 처음으로 제한 송전을 하게 되자 피해 지역에 우선적으로 송전하도록 시민들은 일제히 자기 집 전선 플러그를 뽑았다고 한다. 또 지진이 일어난 슈퍼마켓의 현장에서 물건을 훔쳐가기는커녕 자신이 들고 있는 물건 값을 치르기 위해서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인터넷은 사람을 찾고 돕는 생존의 게시판으로 바뀌고 트위터는 이재민을 돕는 생명의 소리로 변했다. 이처럼 일본은 어느 나라보다도 지진에 대비하는 기술이 앞선 나라이다. 또 일본 국민은 어느 나라 국민보다도 재난에 대비한 훈련과 질서의식을 갖춘 국민이다.

 아무리 그런 일본인들도 이웃나라 없이 혼자서는 살아가기 힘들다. 정말 놀라운 것은 일본보다 가난한 나라들도, 일본을 미워하고 시기하던 나라들도, 멀리 떨어져 무관하게 바라보던 나라들도 일본인을 돕고 위로하기 위해서 가슴을 열었다는 사실이다.
일본은 경제대국이지만 친구가 없는 나라라고 스스로 비판해온 일본인들이다. 그러나 주변에 함께 울고 함께 상처를 씻어줄 착한 이웃들이 있다는 것을 일본인들은 그 재난 속에서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목숨을 구해주는 것이 바로 내 이웃임을 우리는 알았다.
‘생명애’야 말로 부국강병의 이념보다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난 자연 앞에서 우리는 한없이 인간의 왜소함과 나약함만을 배운 것이 아니다. 인간은 이해관계로 얽혀 살고 정실로 손을 잡아 끼리끼리 살다가도 생명을 위협받을 때에는 하나로 뭉치는 힘을 자연의 재난을 통해 배우고 실천한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고 남의 행복이 나의 불행이 되던 시대는 지났다. 새로운 문명은 ‘독립’도 ‘예속된 의존’ 관계도 아닌 ‘상호의존관계’의 생명공동체적 시스템에서 탄생할 것이다. 일본을 강타한 지진이 태평양 연안의 모든 나라에 쓰나미의 위험을 불렀듯이 그에 대응하는 생명 역시 공감과 협력의 지혜에 의해서 서로 결합되어 있다.

 현대 문명의 임계점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지금 일본인들이 필요로 하는 것처럼 생명의 구제이다. 사사로운 이해관계와 정쟁과 그 많은 갈등이 생명 앞에서는 참으로 부질없는 것임을 알게 된다. 생명을 구제하는 것은 돈도 권력도 아니고 자비심이다. 생명에 대한 사랑, 자연과의 공존, 새로움과 다름에 대한 수용이다. 그것이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자원이요 자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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