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집 전통은 무엇인가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1-02-28 / 조회 : 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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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면 무공저


우리집 전통은 무엇인가


가족끼리 함께 한 시간과 경험

의식에 뿌리내려 ‘유대감’ 다져


 유태인들에게는 절기가 유난히 많다. 우리의 음력과도 비슷한 유태인 달력으로 대개 9월에 시작되는 새해맞이 로시 하샤나, 곧 이어 속죄의 절기인 욤 키퍼, 그리고 나면 거의 매달 중요한 절기가 이어진다. 그 절기마다 정해진 의식을 행하면서 자손대대로 종교적 문화적 전통을 고수한 것이 2000년 세월의 ‘디아스포라’를 버텨낸 힘이 되었다. 나라 없이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던 유태인들을 하나로 묶어준 수평적 연대감, 그리고 그 민족을 자자손손 묶어준 수직적 연대감의 핵심은 전통이다. 전통으로 각인된 정체성이다. 수천 년 전의 사건들을 자손 대대로 전하며 의미를 되새겨온 전통이 바로 유태인들의 힘이었다.

 유태인들이 소수민족으로서의 박해를 피하느라 이리저리 옮겨다니다보니 널리 씨를 뿌린다는 의미의 ‘디아스포라(離散)’의 민족이 되었다면, 세계화 시대인 지금은 ‘가족 디아스포라’ 시대다. 나나 내 가족이 어느 날 이민을 결심해서 이주자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이주자가 갑자기 내 가족이 될 수도 있는 사회가 된 것이다. 또 자녀가 더 나은 학교, 더 나은 직장을 찾도록 후원하다 보면 어느새 ‘디아스포라의 가족’이 된다. 글로벌 시대의 다문화사회로 급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2000년 디아스포라를 버텨낸 유대인의 지혜처럼 그 어느 때보다 가족의 전통이 필요하다. 가족이 한 지붕 밑에 모여 사는 것은 대개 자녀가 대학 가기 전까지 17~18년. 그때까지 가족 간에 얼마나 돈독한 관계가 만들어졌느냐가 성년 자녀와 부모의 관계를 결정한다. 가족으로서 함께 한 시간과 경험, 특히 정기적으로 반복되어서 가족의 전통이 된 경험들이 유대감의 뼈대가 된다.

 내가 잘 아는 한 치과병원장 거사는 중국 음식점에만 가면 고향 집 생각이 난다고 했다. 초 중교 시절, 매주 일요일이면 친척 노인 중 한 분을 모시고 중국집에 가는 것이 그 가족의 '주말 행사', 즉 전통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는 어떤 전통이 있는가' 생각해보자. 그리고 아직 없다면 하나쯤 만들 필요가 있다. 쉽게 지킬 수 있는 것일수록 좋겠다. 예를 들어 매주 토요일 식당에 가서 식사 하기, 주말마다 도서관에 가기, 매년 같은 때 가족휴가 가기 등등…, 오랜 세월 반복되는 동안 그 경험들은 정신의 탯줄이 되어 가족을 하나로 묶어 줄 것이다.
시간은 매순간 흩어지고 사라진다. 의식에 각인되는 시간만이 기억으로 남는다. 전통은 시간에 의미를 부여해서 의식에 뿌리 내리게 한다.
연말을 시작으로 자녀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계절이다. 먼 바다에 나가있던 연어 떼가 모천으로 돌아오듯 학교 따라, 직장 따라 흩어져 사는 자녀들이 연말이면 부모를 찾아온다. 그들을 돌아오게 만드는 것은 가족으로서의 정체성, 끈끈한 가족 간의 연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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