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함께 하는 시간들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1-12-06 / 조회 : 9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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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 무공저

 

(큰제목)

우리가 함께 하는 시간들

 

(중간제목)

올 한해 삶의 들판에서 무엇을 추수했나

집착하느라 만남과 관계의 한시성 망각

 

(본문)

12. 한해의 마지막이자, 1년중 가장 자신을 또한 주위를 돌아보게하는 때이다. 코로나19의 제약으로 늘 뭔가 미진함 속에 어물어물 하다 보니, 시간은 흘러 한해의 끝자락에 닿았다. 2021년은 저물 것이고 이 승에서 허락된 우리의 시간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올 한해 삶의 들판에서 무엇을 추수했는가. 무엇에 감사하는가.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가 떠오른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이렇게 묻는다면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빛이었느냐고 묻는다면 또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우리 모두의 시간은 길지 않다. 새해를 맞은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2월이듯, 돌아보면 태어나서 살아온 수 십년이 잠깐이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으로 향하는 존재, 영구한 우주의 시간 속에서 찰나의 시간을 부여받을 뿐이다. 우리는 시간이 주어지는 동안에만 살아있는 유한한 존재라는 사실, 이 생의 모든 만남과 관계도 한시적이라는 사실을 대체로 잊고 산다. 그래서 빚어지는 것은 가치의 전도로 돈이나 물질, 소유에 집착하느라 시간흐름의 엄중함을 망각한다.

풍작으로 소출이 넘쳐나자 부자는 곡식 쌓아둘 공간을 걱정한다. 그리고는 곳간을 헐고 새로 더 크게 지어 곡식을 잔뜩 쌓아놓고 두고두고 잘 먹고 잘 살 궁리를 한다. 더 갖고 싶어서 남의 것을 착취하고, 혼자만 갖고 싶어서 곳간을 늘리는 것이 보편적인 삶의 모습이다.

그러나 곳간을 새로 지을 게 아니라 곡식을 이웃과 나누면 해결 될 일이었다.

인생은 짧고 인연도 짧다.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계실 때 있었던 일이다. 기사고타미라고 불리는 한 여인이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죽자 아들을 살려달라고 몸부림을 치며 울부짖자 부처님은 이렇게 위로했다.

여인이여, 사람이 죽지 않은 집에 가서 겨자씨 한 움큼만 얻어 오시오.”

기쁜 마음에 사위성으로 들어가 가가호호 문을 두드렸다. 겨자씨 한 움큼 얻는 것은 너무 쉬웠는데, 집집마다 누군가 한 사람은 죽었다. 지친 다리를 끌고 맨 마지막집에 갔는데, “이 집에는 누가 죽은 사람이 없겠죠.”하고 물으니 에이, 여보시오. 사람이 안 죽은 집이 어디 있소?”

그때 이 여인은 크게 깨달았다. 어떤 집이든 다 사람이 죽는다. 세상에 나가봤더니 죽음이라는 것은 그냥 하나의 보편적인 존재의 모습이고 삶의 한 모습이다. 지금 함께 하는 모든 인연이 그러할 것이다. 이별과 상실은 예비 되어 있다.

이제 지난 1년의 삶을 돌아보자. 올 한해 추운 누군가에게 뜨거운 사람이 되어준 적이 있는가. 캄캄한 누군가에게 빛이 되어준 적이 있는가. 인생의 본질은 시간, 그 시간들에 마땅한 것들을 채우며 살았는가. 많이 나누고 많이 사랑하며 더불어 즐김으로써, 삶의 시간에 기쁨을 그득히 채워 넣으면 좋겠다. 내일 당장 생이 끝난다 해도 후회하지 않을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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