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명조의 슬픈 전설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5-11 / 조회 : 9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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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제목)

공명조의 슬픈 전설

 

(중간제목)

몸은 하나인데 머리가 둘 ‘운명공동체’

진보와 보수, 결국 ‘한 몸’ 상생 찾아야

 

(본문)

 2019년 한해를 마감하는 일이 유쾌하지 못하다. 정치, 사회 분열은 심각하고 경제 전망은 밝지 않다. 대외 환경은 복잡하고 위험도 크다. 국가의 앞날을 가름하기 어려운 엄중한 시기이다.

 전국 대학교수들은 올 한 해 우리 사회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뽑았다고 한다. 한 몸인데 머리가 둘인 ‘목숨을 함께 공동유지하는 새’.

 공명지조는 히말라야 기슭이나 극락에 사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전설의 새이다. 줄여서 공명조(共命鳥) 또는 동명조(同命鳥)라고도 한다. 두 생명이 서로 붙어 있어 상생조(相生鳥), 공생조(共生鳥), 생생조(生生鳥), 명명조(命命鳥)라고도 한다.

  『아미타경’(阿彌陀經)』을 비롯한 여러 경전에 등장하는 이 공명조는 머리는 두 개인데 몸통은 하나이다.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난다. 몸은 하나인데 마음이 둘인 셈이다. 두 마음이기 때문에 화합이 쉽지 않다. 시기・질투하며 으르렁대던 어느 날, 한 머리가 맛좋은 과일을 저 혼자 먹는 걸 다른 머리가 알고 화가 치밀었다. 그래서 다른 머리는 한 머리에 복수하기 위해 몰래 독 있는 과일을 먹어버린다. 결국, 독이 온몸에 퍼져 둘 다 죽고 만다.

 교수들이 선정한 '공명지조'는 한 나라의 백성인데 두 가지 마음으로 쫙 갈라지 우리 사회 현실과 흡사하다. 진보와 보수가 극한 대립으로 서로를 이기려고 격렬하게 싸우는 분열된 정치 상황에 대해 화두를 던진 것이다. 진보와 보수가 결국 한 몸인 것을 왜 모르느냐는 안타까움을 상징하는 말로 뽑힌 것으로 보인다. 공명조의 이런 슬픈 전설은 서로가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그것으로 생각하지만 결국 공멸하게 되는 ‘운명공동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부처님은 모든 생명은 자타가 상의 상존하는 연기적(緣起的) 관계로 이루어졌다고 가르치셨다. 『중아함경』에는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다. 이것이 생겨남으로 저것이 생겨나고, 이것이 멸함으로 저것이 멸한다.”라는 상호의존성을 일깨우고 있다.

 우리는 심각한 분열과 대립의 시대를 살고 있다.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과 다른 상대방 사이에 마음의 벽을 쌓는다. 심지어는 상대방을 무너뜨려야 할 적으로 간주한다. 대화와 타협, 소통이 끼어들 여지는 처음부터 없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된다거나, 남의 행복은 나의 불행에서 비롯된 것이라 여기는 것은 중생심일 뿐이다. 나도 남도 모두 중생심을 일으켜 결국은 박복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상생의 이상을 찾아갔으면 한다. 무너진 사회 공동체를 다시 세우고 국민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는 통합의 정치로 나아갔으면 한다. 그 지혜는 결코 밖에서 오지 않아 우리 안에서 만들어내야 한다. 자유와 자율과 자치로 서로 다른 각양각색-천차만별이 용서되면서 화합하는 세상이다. 분열된 우리 사회가 더불어 같이 이익을 보는 대승적 일심(一心)의 큰 ‘한 몸’을 함께 살려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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