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識); 다른 표기 언어 vijnana-skandha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6-05-30 / 조회 : 9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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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識); 다른 표기 언어 vijnana-skandha ,

불교에서 구별하여 아는 것을 의미하며, 감관에 의지하여 대상을 인식하는 마음을 가리키는 말.


보통 심리작용을 총칭하여 심·의·식(心意識)이라 할 때 심·의와 동일한 말이다. 원시불교 이래 매우 다양한 의미와 용도로 쓰이면서 대승불교에 이르러 유식설(唯識說)로 발전한 이 말이 어원적으로는 '아는 것'을 의미하는데, 여기서 안다는 것은 대상을 얻는 것이기도 하며 그 작용을 전통적으로는 '요별'(了別)이라 한다. 알다·인식하다·요별하다는 의미의 동사 'vi-jñā'로부터 형성되어, 넓은 의미로는 대상을 감각·지각·사고하는 마음의 활동 일반을 의미한다.

세계의 구성 요소를 5온 (五蘊)으로 분석할 때에는 식온(識蘊)으로서 그 일각을 형성하고, 아비달마 (阿毘達磨)에서 모든 존재를 5위(位)로 체계화하는 중에 마음의 중심체인 심왕(心王)과 개개의 정신작용인 심소(心所)를 세우는 데서는 심왕에 상당한다. 부파불교의 설일체유부 (說一切有部)에서는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의 각각에 대해 식을 인정하여 6식만을 식이라 하고 그 본체는 하나라 한다(→ 설일체유부). 좁은 의미의 식은 이 6식을 가리킨다. 이들 중 안식부터 신식까지의 5식은 차례로 현대에서 말하는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의 5감각에 상당하고, 각각 색·성·향·미·촉(色聲香味觸)의 5가지를 감각 대상으로 삼는다. 이렇게 5식이 저마다 별도의 대상을 갖는 데 대해 마지막 의식은 모든 사물[一切法]을 대상으로 한다. 십이인연(十二因緣:十二綠起)에서 셋째에 위치하는 식은 찰나에 소멸하면서 상속하는 우리들 자기존재의 한 요소가 식임을 의미한다. 8식을 세운 유식파에서는 심·의·식을 구별하여 심은 아뢰야식(阿賴耶識 ālaya-vijñāna), 의는 말나식(末那識 manas), 식은 6식을 표시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좁게는 6식만을 의미하며 넓게는 모두에 통한다. 설일체유부에서는 식이 외계의 대상을 모사하여 취하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유식파에서는 식이 인식하는 대상이 식 자체에 있다고 생각했다. 즉 식에는 인식하는 것과 인식되는 것이라는 2가지 계기가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전자의 입장을 무형상(無形象) 유식론, 후자의 입장을 유형상(有形象) 유식론이라 한다. 결국 불교에서는 존재를 물질인 색(色)과 정신인 심(心)으로 분류할 때 색보다 심을 중시하는 경향이 대승불교에 이르러 특히 유가(瑜伽)의 실천을 중시하는 유가행파에 의해 강조되고, 물질적인 외계의 존재를 부정한 유식설의 출현을 맞이하기에 이르렀다.

일반적으로 안식·이식 등 6식을 말할 때의 식은 원어가 비지냐나(vijñāna)이지만, 그러한 식이 스스로를 둘로 나누어 인식활동을 하고 있는 방식을 비지냐프티(vijñapti)라는 말로 표시한다. 이 말에는 '알게 하는 것'이라는 사역의 의미가 담겨 있다. 유식으로 말할 경우의 식은 '비지냐프티'이며, 이는 우리가 흔히 '나' 또는 '법'이 실재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해도 그것은 외계의 실체 등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식(vijñapti)의 온갖 활동에 근거하는 것이고, 실재하는 것은 오직 식뿐임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유식파에서는 외계의 존재를 부정하고 오직 마음의 존재를 인정한다. 현상이라는 것도 마음이 주관과 객관으로 나누어진 것이며 우리가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은 보여지는 측면이라는 객관으로서의 마음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유식(vijñapti-mātra)이라는 말은 마음이 둘로 나뉘어(vi) 대상을 알게 한다(jñapti)는 의미를 중시한 것으로 생각된다.

기존의 6식에 유식파가 추가한 2식 중 제8식인 아뢰야식은 과거·현재·미래에 걸쳐 생사하는 윤회의 주체이며 업의 담당자이다. 이 경우에는 십이인연의 식에 상당한다. 그것은 또 일체종자식(一切種子識)이라고도 하여 자연계를 포함한 모든 존재를 출현시키는 종자, 즉 가능력을 지닌 자기존재의 근원체를 뜻한다. 제7식인 말나식이란 근본식인 아뢰야식으로부터 생겨나 도리어 그 아뢰야식을 자아라고 집착하는 식으로서 결국 온갖 번뇌와 상응하는 심층적 자아의식이다. 이처럼 유식설에서는 존재 전체의 근원체로서의 아뢰야식과 오염된 행위를 낳는 근원적인 자아의식이라는 2식의 심층심리를 수립함으로써 식의 이론을 최대로 진전시켰다. 한편 바수반두[世親]는 식과 전변(轉變)이라는 두 개념을 결합하여 식전변이라는 사상을 창안했다. 식전변에서의 전변은 분별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식, 아뢰야식 속에서 종자가 변화·성장하는 것, 종자로부터 온갖 식들이 생기는 것이라는 3가지 의미를 지닌다. 이것은 심층과 표층을 모두 포함한 존재 전체가 식의 변화에 불과하다는 사상이다. 이리하여 원시불교 이래 자기존재의 일부를 형성하는 것으로 일컬어왔던 '식'이라는 개념이 우주 전체를 형성하는 기본체를 가리키는 말로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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