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장선사 수행의 재발견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3-05-22 / 조회 : 3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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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제목)

백장선사 수행의 재발견

 

(중간제목)

일하지않으면 먹지않는다솔선수범

은퇴나이 일하는 숫자 20년동안 증가

 

(본문)

그리스 신화에는 신들로부터 독특한 형벌을 받은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코린트의 왕인 시시포스가 등장한다. 매일 무거운 바윗덩이를 언덕 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벌이다. 바위는 정상에 닿는 순간 굴러떨어지고 그러면 다시 바닥에서부터 밀어 올리기를 한없이 반복해야 하는 벌, 저주이다. 시시포스의 형벌은 인간의 조건에 비유된다. 의미 없는 일을 끝없이 반복해야 하는 삶의 부조리 혹은 존재의 무의미함과 그 속에서 의미와 진실을 찾으려는 인간의 부질없는 노력으로 신화를 해석했다.

한편 우리 같은 보통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노동 자체이다. 매일 눈 뜨면 출근해서 일하고 다음 날 눈 뜨면 다시 일하기를 반복하는 자신의 모습에서 시시포스를 본다. 먹고 살려면 일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한번 일하고 한번 먹으면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먹어야 하니 일 또한 계속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숙명, 우리가 시시포스이다.

일을 원해서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한다. 그래서 우리가 일하기 싫어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보인다. 그러니 복권이라도 당첨되어서 이 지겨운 일을 그만둘 수는 없을까?” 하기도 하고, 은퇴할 때까지만 참자며 버티고 버티는 것이 직장인들의 시시포스의 삶이다.

그런데 최근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은퇴 나이에 일을 계속하는 숫자는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증가해서 통계청 ‘2022년 고용 동향 특징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 고용률은 34.9%OECD 38국 중 1위다. OECD 평균 15.0%2배가 넘는다. 은퇴연령 한참 지나서까지 일을 계속하는 고령층이 늘고 있다. 이유는 다양하다. 이전 세대보다 건강과 교육수준이 개선된 영향도 있고, 일이 과거처럼 육체적으로 고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며, 은퇴자금이 부족해서이기도 하다. 일이 지겹기만 한 건 아니라는 깨달음, 명석하던 사람들이 은퇴 후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지면서 인지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우들을 보면서 일이 의외로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생겨난 덕분이다.

중국 당나라의 백장(百丈) 선사는 하루 일하지 않으면 그날은 먹지 않는다( 一日不作 一日不食)”고 설하고 이를 솔선수범했다. 백장선사는 90세의 노구에도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수행하는 등 다른 대중과 함께 운력에 참여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제자가 백장선사가 사용하던 농기구를 모두 감추었다. 그러자 선사는 그날 방에서 나오지 않고, 식사도 하지 않았다. 제자들이 이유를 묻자 답한 말이 내가 아무런 덕도 없는데 어찌 남들만 수고롭게 하겠는가?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

사람은 일을 통해 성취의 보람을 맛본다. 무한한 가능성과 기쁨을 확인하기도 한다. 일은 자신을 새롭게 하고, 공동체 발전의 힘이 된다. 그래서 일하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라고 입을 모은다. 의무도 책임도 없는 노년에 일은 즐거움과 보람의 원천이 될 수 있다. 백장선사의 솔선수범의 수행이 21세기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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